차세대 울트라모바일(UM)PC 시장을 둘러싸고 골리앗 인텔과 다윗 암(ARM)의 프로세서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인텔은 PC 기반의 프로세서 개발에 앞장서온 업체로 자타가 공인하는 PC분야 CPU 프로세서의 골리앗이다. 인텔의 경우 지난달 미국에서 개최한 인텔개발자포럼(IDF)을 통해 코드명 ‘멘로우(Menlow)’라는 프로젝트로 초기 UMPC에 비해 전력 소모량을 10배이상 감소시킬 UMPC용 CPU 칩인 ‘실버쏜(Silverthorne)’과 ‘폴스보(Poulsbo)’의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와 핸드헬드기기에 모뎀 칩 프로세서를 제공해온 암(ARM)은 이에 맞서 최근 멀티코어 프로세서인 ‘코어텍스 A9 MP’를 발표, 향후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UMPC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양사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PC와 휴대폰기반 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UMPC 라는 컨버전스 시장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는 점이다.
◇PC 대 휴대폰의 싸움=외형상으로 보면 암은 인텔의 상대가 안된다. 인텔이 지난해 영업이익 56억5200만달러를 기록한 반면 암은 4억8000만달러에 불과해 인텔 영업이익의 10분의 1이 안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인텔은 암을 얕잡아 볼 수 없다. 암이 휴대폰과 카메라폰, 스마트폰, MP3 등 모바일 분야 프로세서에서 9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암의 장점은 모바일에서 프로세서를 출발해 작은 사이즈의 디지털 통신 기기를 운용하는데 적합한 프로세서란 점이다. 인텔이 2008년 출시 예정인 멘로우 플랫폼은 정지 전력 소모량이 10배 정도가 절감돼, 시스템 크기는 작아지면서 배터리 수명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서 암은 고기능의 아이폰같은 휴대폰에 탑재돼 7시간 이상 동영상 플레이가 가능해 전력효율 면에서 아직까지 앞선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암은 최근 출시한 코어텍스A9 MP 프로세서는 250mW 에 불과한 전력으로 고성능 휴대폰이나 셋톱박스가 보여주는 성능보다 4∼16배를 구현함으로써 저전력의 강점을 강화했다.
반면 PC 기반의 인텔은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그래픽, 성능 등에서 강점이 있다. 인텔이 IDF에서 거론했듯 모바일 기반 암의 프로세서는 PC 기반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구헌하는데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또한 인텔의 코어가 2.6㎓의 처리 속도를 보이는 반면 암이 발표한 코어텍스 A9 MP의 성능은 8000 DMIPS(초당 프로세스 처리건수)으로 2㎓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다.
◇서로 다른 우군 진영=향후 경쟁의 관건은 누가 소비자의 입맛을 잡느냐에 있다.
김영섭 암코리아 사장은 “인텔은 PC 기반에서 출발해 전력소모면에서 아직 휴대폰이나 모바일기기 등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핸드헬드기기 수준에서는 암이 앞서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한 “암은 칩 칩제조업체가 아닌 반도체설계자산(IP)업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ST마이크로, 프리스케일, 퀄컴 등 다양한 칩 제조사와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협력 대상이 돼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인텔은 PC기반의 협력세력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MS, 어도비 등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UMPC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으로 가격은 낮추고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인터넷 환경도 또 다른 승부처다. 향후 2∼3년내에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모바일 인터넷의 킬러앱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텔과 암은 각각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모바일인터넷 디바이스(MID)와 커넥티드 모바일 컴퓨팅(CMC)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코리아의 강지훈 차장은 “향후 UMPC CPU간 경쟁은 그래픽, 인터넷 연결, 저전력 등 다양한 요소의 결합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며 “양사가 PC와 휴대폰이란 다른 기기에서 출발했지만 각 영역에서 최고라는 점에서 박빙의 승부가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기자@전자신문,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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