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소비재 및 B2C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돼 온 ‘호칭파괴’ 바람이 반도체 업계로까지 번졌다.
전력용 반도체 회사인 페어차일드코리아가 최근 대리, 과장, 부장 등의 직급대신 이름에 ‘씨’나 ‘님’ 혹은 본인이 원하는 별명이나 영문이름 등으로 사내 호칭을 바꾸기로 한 것. 사내 전산망에서 임직원을 조회하면 1800명 임직원의 이름과 소속뿐, 직급명은 보이지 않는다.
페어차일드의 호칭파괴 시도는 유연한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직무성과에 초점을 맞춘 열린 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교적 상하관계에 익숙한 사내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이고, 혹시 있을 수 있는 반대 의견을 우려해, 회사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이 회사 홍보팀 천병철 씨(팀장)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진과 노사협의회가 협의해, 연말까지 3개월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시행 결과를 전체적으로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며 “또한 외부 활동 시 필요할 때 직급명을 사용한다는 예외사항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회에 멋진 영어 이름 또는 별명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한 임원은 자신을 산과 나무를 사랑하는 토성(土城)으로 불러 달라고 적극 홍보 중이다. 장난기 많은 한 신입사원은 ‘보스’ 로 별명을 정하기도 했다.
사내호칭문화 개선활동은 페어차일드코리아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펀 경영’의 일환이다. 페어차일드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구성원들의 상호신뢰, 일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증진하기 위해 현장 여사원들을 위한 ‘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시간’, ‘이름 불러주기’, ‘현장관리자 스킬 업(Skill-up) 교육, 재테크 특강 등 다양한 펀 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