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책임져야 할 40대 가장으로서 생존을 위해 오릅니다.” “뱃살 빼려고요.” “산 정상에 오르는 순간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요.”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사내에서 얼굴조차 마주하기 힘든 이들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같은 목적으로 모인다. 오픈마켓 G마켓(www.gmarket.co.kr)의 등산동호회인 ‘산처럼’은 산이 좋아서 모인 이들이다. 빠짐없이 월 1회는 서울 근교로, 분기마다 한 번꼴로는 마음먹고 원거리 산행에 나선다.
지난해 11월 이효종 글로벌사업실장은 11명의 직원을 꼬드겨 산처럼을 만들었다. 우연인지 모인 이들 모두 주당으로 소문난 직원이라 동아리 이름은 ‘산’과 소주이름인 ‘처음처럼’에서 따왔다. 동호회 명칭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거나한 술자리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처럼이 내세운 철칙 가운데 하나가 등반 후에는 즐겁게 식사만 한다는 것. 산행 후 모처럼 추스린 몸을 망치거나 주말 개인 사정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뜻이다. 대신 두 달에 한 번꼴로 산행이 없는 날에 술자리를 갖고 돈독한 정을 나눈다.
지금은 24명으로 식구들이 불어난 산처럼 멤버는 산행 후 부쩍 건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효종 실장은 “인터넷 오픈마켓 업무의 특성상 장시간 컴퓨터에 앉아 있을 때가 많고 퇴근 시간도 늦은 편이어서 직원 대다수가 ‘운동부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건강 외에 함께 산을 오르면서 동료애를 다질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란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이제는 직원 수도 500명을 넘어서 웬만한 중견기업 규모로 불어났다. 같은 건물에서 일해도 잘 모르거나 안면만 트고 지내는 사이도 많은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 산처럼 회원들은 힘든 산행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한 식구가 됐다. 이제는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고 고민을 나누는 특별한 사이가 됐다.
잊지 못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6월 설악산을 등반할 때 울산바위 꼭대기에서 한 회원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하늘이 도왔는지 당시 사고를 당한 이는 경미한 찰과상만 입었다. 함께 있었던 산처럼 멤버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던 순간이었다. 사고 당사자는 특유의 낙법으로 인해 목숨을 건졌다고 너스레를 떨어 ‘낙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단다.
지난 여름 무더위 때문에 뜸했던 산행이 이제 단풍철을 맞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동안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산행의 참맛을 아는 듯 얘기하는 직원도 많아졌다. G마켓 플랫폼기획팀 이훈영씨는 “직급과 업무 구분 없이 취미생활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요즘 직장생활이 더 즐거워진 비결”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