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어린이 성장(4) -일찍 자는 아이가 잘 큰다
키가 크는 것은 샘물이 솟아 나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지하수가 충분히 모여야 샘이 솟아 나오듯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키도 잘 큰다.
낮에 비교적 바깥쪽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기혈(氣血)은 밤이 되면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활동하게 된다. 낮에 양(陽)의 활동을 했다면 밤에는 음(陰)의 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음의 활동은 간(肝)과 신(腎)의 기운을 충실히 해준다. 간은 근육을 주관하고 신은 뼈를 주관한다.
성장이란 뼈가 자라고 근육이 붙어가는 과정인데 성장을 위해 간신을 튼튼히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자면 밤에 충분한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중요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유년기의 아이는 저녁 8∼10시 사이에 자고 아침 7∼9시 정도에 일어나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요즘 부모가 늦게 귀가해서 아이들이 부모와 놀다가 자고 싶어서 늦게 자는 때도 많다. 잠시 놀아주고 아이들을 편안하게 다독이면서 재우는 것이 좋겠다. 간혹 야식을 많이 먹는 것도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코를 많이 골거나 자주 깨서 보채거나 잠을 잘 못 드는 등 수면에 장애가 있을 때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기 바란다.
가장 큰 문제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인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한다고 늦게 자는 것이다. 나는 진료를 하면서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학생이 중·고등학생이 될 때쯤 허약하고 총명하지 못하며 자신감과 끈기가 없고 성장도 충실치 못한 것을 많이 봐 왔다.
아이들이 충분히 자도록 해주자.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잠을 자는 것은 나무에 물을 규칙적으로 주는 것과 같다. 뿌리에 물도 안 주면서 나무가 잘 자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뿌리에 흡수된 물이 나무를 자라게 하듯이 꾸준히 모인 지하수가 샘물을 솟아나게 하듯이, 숙면은 아이들 성장에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