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의 구글은 요원한가

 구글이 휴대폰(일명 G폰)을 만들어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하루를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구글, 이동통신 시장 패권 쥘까’ ‘G폰, 연내 상륙’ 등 이런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다보면 호기심과 함께 우울함이 고개를 든다. 구글은 지금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초월해 승승장구하는데 이른바 ‘정보통신(IT) 강국’인 우리나라에는 ‘왜 구글과 같은 글로벌 스타 기업이 없는 걸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 최대 검색포털 업체 네이버를 보자. 시가총액이 12조원을 돌파해 KT를 앞지르고 미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가 조사한 8월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검색건수 5위를 차지했건만 국내외 위상이나 덩치에 걸맞은 거시 전략이나 비전을 요즈음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업체들도 매한가지. 지난해 미국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한 SK텔레콤은 사업이 뜻대로 안돼 고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시민단체와의 요금 공방 아니면 사업자 간 망내 할인 경쟁 같은 제로섬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 명함을 내밀고 있으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구글은 G폰과 700㎒ 주파수 사업권을 양손에 들고 저울질하며 전 세계 이동통신 업체를 뒤흔들고 있다. G폰을 통신업체들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파수를 사들여 직접 통신서비스에 나설 태세다. 구글보다 덩치(시가총액)가 큰 120년 역사의 AT&T조차 모바일 인터넷 패권을 노리는 구글의 외통수에는 속수무책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 미국과 우리나라를 대놓고 견줄 바는 아니지만 때로 작은 시장이 무기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특히 IT분야는 신기술을 남보다 빨리 시장에 적용해 선점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인데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테스트베드로 제격이다. CDMA 기술로 한국에서 승부수를 띄워 결국 세계적인 통신칩 업체로 거듭난 퀄컴이 산증인이다. IT강국 후광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벌 혜안을 갖춘 한국의 구글이 나타나기는 힘든 걸까.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