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지역 황금 비율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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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전업계가 아시아·북미에 쏠려있는 생활가전 부문의 매출과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시장은 빌트인(Built-in) 문화가 정착돼 있어 설치·보수 전문업체와 연계하지 않으면 시장진입이 어려운데다 밀레·보쉬·일렉트로룩스 등 토종 업체들의 지배력이 높아 현지화·차별화된 제품을 갖추지 않으면 영향력을 넓히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고비용 구조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 국가, 서브 프라임 모지기론 사태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등을 고려한다면 EU 지역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자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생산기지·유통망 확충=LG전자는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시스템에어컨과 빌트인 가전 분야의 해외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EU지역에 새 유통망을 확보하고 나섰다. 두 제품은 설치 및 AS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어서 건축 및 인테리어, 공조 분야의 현지 전문업체와의 제휴가 시급한 실정이다. LG전자는 필요에 따라서는 현지 전문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허성 LG전자 생활가전(DA)사업본부 경영기획팀장(상무)은 “유럽은 대형 할인판매점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빌트인 문화가 확산돼 있어 유통체계가 복잡하다”면서 “자체 유통망 강화, 제휴 및 공동 마케팅 등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수출 주력 상품인 양문형 냉장고가 물류비가 높은 점을 고려,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EU 전진기지로 폴란드를 검토중이다. 현재 EU 물량은 태국 공장에서 상당수 공급하고 있으나 생산능력이 적고 운반기간이 길어 즉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유럽은 북미에 버금가는 최대시장 규모를 갖고 있으나 그동안 투자가 늦어져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하다”면서 “휴대폰, TV에서 제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EU 인근지역에 생활가전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방안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마케팅 모두 현지화 이뤄내야=유통망과 현지 생산공장 확충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베스트바이, 씨어즈, 홈디포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아닌데다, EU 안에서도 각 국가별로 소비자 요구가 차이 나기 때문에 블럭화와 세분화를 동시에 진행해야한다는 주장이다.

EU에 본사를 둔 외국계 가전업체 관계자는 “유럽은 성숙기에 든 시장이기 때문에 상품기획에서부터 개발, 생산 및 마케팅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철저하게 현지화하지 않으면 성과를 좀처럼 거두기가 어렵다”면서 “LG전자 프라다폰의 사례처럼 고객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인사이트 개발로 미국에 버금가는 비중으로 끌어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