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가 생기니까 정말 현안이 풀리네요.”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요.”
지난 주말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LCD 장비·재료 교차구매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비·재료 협력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상생협력의 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하는 가운데 실천을 담보할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워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교차구매는 디스플레이산업협회 탄생의 원동력과 같은 존재였다. 삼성과 LG로 나뉜 기싸움은 우수한 국산 장비나 부품을 눈앞에 두고도 서로 비싼 외산을 구매하는 불합리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김영주 산자부 장관이 지난 5월 협회 출범 격려사에서 밝힌 ‘현대판 도원결의’의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고등 수학 문제가 풀리면 초등 수학 문제는 저절로 풀리듯, 상생협력의 핵심인 교차구매가 시작되면 또 다른 ‘윈윈게임’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독자기술이나 자금지원이 들어간 일부 품목을 제외한 모든 제품의 상호구매를 전면 허용했다는 점에서 당초 일부만 시범적으로 도입해보자는 의견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많은 협력사는 여전히 패널업체의 실천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멋 모르고 교차구매에 응했다가 기존 거래선에 찍힐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도 벌써 파다하다. “차라리 수가 적어도 구체적인 품목을 정했더라면 바로 실행되고, 후환도 없었을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성숙기에 접어든 세계 LCD시장의 성장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패널·장비·재료업체가 같은 편끼리 선단을 이뤄 양적 팽창에 사력을 다하던 시대는 한물갔다. 이미 일본·대만업체는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합병과 같은 파격적인 동침도 불사한다. 이제는 우리도 ‘상생’이라는 신성장 에너지에 불씨를 지폈다. 협력사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도록 패널업체의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장지영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