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한국 게임산업은 이전에 없던 PC온라인이라는 독창적 분야를 개척해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지난 10년 같은 ‘호시절’이 앞으로 10년도 계속될 것인지 하는 질문에 누구도 ‘그렇다’고 선뜻 답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니다’라는 대답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국 게임시장의 침체가 엄습해 오고 있는 불안한 미래 상황의 전주곡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가히 ‘플랫폼 빅뱅’이라고 해야 할 융합과 결합의 시대, 한국 온라인게임의 승부처는 어디에 있는지 2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지난 2∼3년간 정부와 관련기관들이 목청껏 외쳐왔던 ‘2010년 세계 3대 게임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는 그야말로 선언으로만 그칠 공산이 커졌다.
마침,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분석한 세계 게임시장 전망은 내년까지 400억달러 규모로 최고조에 이른 뒤 2010년까지 조정 국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0년까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한 전망은 기존 게임 플랫폼(비디오콘솔)의 온라인화 가속과 그에 따른 게임산업 내부의 구조조정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리라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독립적인 게임을 즐기고, 온라인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대부분의 세계 게임인구가 망과 플랫폼의 융합에 절대적으로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콘솔까지 아우른 온라인화 가속은 필연적으로 온라인에 강했던 PC와 휴대폰 플랫폼의 일정정도 퇴조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자연히 PC온라인 중심의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산업을 키워온 한국 게임산업은 향후 4∼5년 안에 중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콘솔없는 TV게임이 대세”=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 권준모) 정책 태스크포스(TF)가 내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곧 도래할 변혁기 이후의 유력 매체로 TV가 자리 잡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지금까지는 TV와 연결된 게임 구현 매체가 콘솔뿐이었지만, 앞으로는 PC를 비롯해 모든 디지털기기가 다 붙을 수 있는 이른바 ‘콘솔 없는 TV게임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PC온라인게임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온 한국 게임산업도 위기지만, 그만큼 큰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승훈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통·방 융합의 전면화에 따른 기술발전은 TV에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기였던 ‘콘솔’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스마트TV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셋톱박스가 TV에 내장되는 것처럼, TV자체가 프로세싱기능을 하는 스마트TV는 기술적으로 3∼4년 후에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게임시장 66%를 건 싸움= 현재 콘솔게임 시장은 전 세계 게임시장의 66%를 점하며 가장 크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소니·닌텐도와 같은 ‘공룡’들이 플랫폼 홀더를 자처하며 시장 장악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TV 시대에까지 이들 콘솔 홀더들의 입김과 전략이 이전처럼 불가항력적으로 시장에 먹힐지는 미지수다. 특히 하드웨어(HW) 중심이 아닌, 소프트웨어(SW) 중심의 경쟁이 될 미래 게임시장에서 출발부터 콘텐츠 제작 중심의 경쟁력을 길러 왔던 한국은 전혀 새로운 파괴력을 가진 주체로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스마트TV라는 중립적 플랫폼의 등장과 시장 안착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바이스(디지털TV)와 콘텐츠 제작능력(CT)과 인프라(IT)을 보유하고, 성장시켜 온 한국에는 더없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콘텐츠다”=플랫폼의 대변화에서 오는 폭풍은 오히려 ‘중심’과 ‘뿌리’의 강화로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콘텐츠의 강화다.
아무리 거센 플랫폼의 변화가 몰려 오더라도 세계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창조해낼 수 있다면 그 위기는 쉽게 이겨낼 수 있다. 이 같은 가능성은 콘솔게임이 판치는 해외시장에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을 드높였던 수많은 ‘메이드인 코리아’ 게임이 입증한 바 있다. 또 지난 10년간 우리 자체 기술과 서비스 경험·이용자 기반으로 전 세계 트렌드까지 바꿔놓을 수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글로벌 콘텐츠 육성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콘텐츠기술(CT) 기반의 산업 정책 담당부처인 문화부를 비롯해 산자부(디바이스)·정통부(IT인프라) 등과의 끊임 없는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최승훈 국장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산업 진흥과 협력해 플랫폼 빅뱅 이후 TV게임이 지배하게 될 세계 게임시장에서 전체 20% 이상의 점유율과 연 100억 달러 규모의 신흥시장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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