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재건축 규제에 묶인 기존 건축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시장이 본격 태동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홈네트워크 시장은 건설사를 통해 분양 시점부터 일괄 수주할 수 있는 신축 물량이 거의 전부를 차지했으나, 최근 각종 규제로 신축 아파트 시장이 위축되는 대신 리모델링이 활발한 기존 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서서히 신규 수요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축 아파트 시장은 침체된 홈네트워크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로도 여겨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축 아파트를 겨냥한 홈네트워크 시장이 지난해까지는 사실상 전무했으나 최근 들어 오래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위주로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대규모 리모델링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로비폰·세대기·경보시스템 등 기본적인 보안 설비는 비교적 쉽게 구축할 수 있어 입주민들에게 인기다.
이에 따라 홈네트워크 전문업체들은 근래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신축 아파트 시장를 벗어나 기존 건축 아파트 시장에 서서히 눈을 돌리는 추세다. 특히 기축 아파트의 경우 대규모 배전설비 공사가 어려운 까닭에 무선 홈서버·월패드 등 특화된 시스템을 내놓고 본격적인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홈네트워크 업계 1위인 서울통신기술(대표 송보순)이 올 들어 기축 아파트 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서울통신기술은 올 들어 자동문·로비폰 등 보안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8종의 무선 월패드 시스템을 신규 출시하고 대규모 기축 아파트 시장을 공략, 지금까지만 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서울의 올림픽패밀리타운 5000세대와 수원의 한일아파트 6000세대 등 이미 수주한 물량을 포함해 경기도 죽전의 동아솔레시티, 부산 거제 1300여세대 등 추가 수요가 잇따라 연말까지는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할 전망이다.
서울통신기술 김정묵 상무는 “기축 아파트 시장을 겨냥해 전용 제품 개발은 물론 경비업체와 제휴나 전국 영업망 구축도 서둘러 준비해왔다”면서 “올해는 기축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원년”이라고 말했다. 서울통신기술은 올해의 여세를 이어가 내년도 기축 아파트 시장에서 연간 수주목표를 200억원으로 늘려잡고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통신(대표 이내흔)도 시장 공략에 팔을 걷고 나섰다. 현대통신은 전국 유통망을 기반으로 로비폰·세대기·경비시스템 등 기본 보안설비를 중심으로 경기도 남양주 부영아파트 2200여세대 등 최근 들어 수주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현대통신은 이를 통해 기존 건축 아파트 시장에서 올해 전체적으로는 약 3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통신 관계자는 “아직은 선두권 전문업체들이 먼저 나서면서 기존 건축 아파트 시장이 개화하는 정도지만 내년부터는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