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통신망’이라는 게 있습니다. 전쟁을 비롯한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의 국가지휘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통신망이죠. 유선·이동·위성전화 등 2중, 3중으로 망을 구성한다는군요.
비상사태에도 전국 87개 행정기관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게 국가지도통신망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이 망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8월 ‘을지포커스렌즈훈련’에도 활용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가지도통신망인 듯 아닌 듯한 시설을 둘러싸고 작은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사용료가 월 800만원 정도인 ‘E1(초당 200만비트)급 일반 전용(통신)회선 10개’를 놓고 KT와 LG데이콤이 티격태격했더군요.
그 내용인즉, LG데이콤이 KT와 맺은 (통신)설비제공협정에 따라 모처의 ‘B1 벙커(국가지도통신용 군사시설)’ 내 관련 회선 10개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KT 측에서는 그 시설이 일반 전용회선이지만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준(準) 국가지도통신망’이라고 주장했죠. 이에 LG데이콤이 통신위원회에 재정 신청을 했고, 결국 뜻을 이뤘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지도통신은 별개 통신망으로서 ‘중앙통신운용단’이 관리하는 것인데 문제가 된 시설은 KT의 전용회선부서에서 관리한다”고 정리하더군요. 결국, 직접 망을 깔지 않고 KT의 시설을 사서 쓰려는 LG데이콤과 고객 누수현상을 막으려는 KT의 치열한 영업전쟁이 공교롭게도 국가지도통신망 바로 ‘옆’에서 일어난 거죠. 그래서 어디 내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