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LCD라인 투자와 관련해 10세대로 직행하기로 한 것은 세계 1위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10세대를 이용해 60인치와 70인치 초대형 LCD 가격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대화면 시장으로 사업무게 중심을 옮긴 PDP 진영을 견제하는 다중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은 이와 관련, “샤프 10세대에서는 65인치 6매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에 삼성전자는 70인치 6매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올해 70인치 TV를 출시하는데 시장반응이 너무 좋아 10세대에서 70인치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8세대에 비해 생산효율이 70% 이상 높은 10세대가 가동되면 60인치 이상 초대형 LCD뿐만 아니라 50인치·40인치 등 기존 LCD 판가도 크게 떨어져 대중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 10세대 인가=우선 일본 샤프가 10세대 투자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LCD 종가’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을 맞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샤프가 지난 8월 초 10세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불과 2개월여 만에 전격 10세대 투자 전략을 공개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기판규격을 샤프보다 150㎜가량 크게 잡으면서 10세대 왕좌도 놓치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미 샤프보다 1년 가까이 늦은 8세대 투자에서도 더 큰 기판 규격를 표준으로 내세워 선발주자를 압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LG필립스LCD가 최근 대규모 8세대 투자를 결정하고 AU옵트로닉스·치메이옵트로닉스 등 대만업체도 8세대를 검토하며 추격을 고삐를 조인 것도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다. 10세대 직행은 2위 그룹과 격차를 더욱 벌려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할 초강수 카드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계획으로 잡은 9세대 규격(2400×2800㎜)이 현재 8세대 규격(2200×2500㎜)과 별로 크지 않아 ‘8.5세대’로 불릴 정도로 투자효율이 낮은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에서도 PDP-LCD 대격돌=삼성전자가 10세대로 바로 간 이면에는 PDP가 선점한 60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까지 LCD가 넘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재 60인치 이상 초대형 TV시장은 삼성SDI·LG전자·마쓰시타 등 PDP업체가 LCD보다 낮은 판가를 무기로 초기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LCD는 8세대 가동으로 올해 이보다 작은 52인치 TV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 마쓰시타는 2008년 세계 최대 규모의 PDP 신공장 가동으로 초대형 PDP 판가를 크게 떨어뜨릴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여서 50인치 시장에서도 PDP의 판가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마쓰시타 PDP 신공장은 LCD 8세대와 똑같이 50인치 패널 8장을 한꺼번에 생산할 수 있지만 설비투자비가 LCD의 절반밖에 안 돼 판가 경쟁력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8세대 라인으로는 초대형 시장에서 PDP와 경쟁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10세대 투자 결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샤프와 삼성전자의 10세대 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이후에는 40인치·50인치에 이어 60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도 LCD와 PDP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발주자도 10세대로 전환 불가피=삼성전자가 10세대로 바로 가면서 향후 후발주자의 차세대 투자도 10세대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발주자가 생산효율이 낮은 9세대로 쫓아가면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이는 것이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세대 한 개 라인 투자 규모는 8세대의 배가 넘는 8조원을 상회하는 천문학적인 수치여서 쉽게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합병이나 공동 투자 등 합종연횡을 통한 10세대 투자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삼성전자는 10세대 투자로 늘어나는 LCD 생산량을 소화할 신시장 창출이 지상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장 60인치 이상 TV수요는 가옥이 큰 북미지역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대형e보드 등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만들어야 10세대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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