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진화론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재인 펴냄.
일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산업이 제조업이다. 일본에서 IT산업도 컴퓨터·서버와 같은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 누구도 일본을 인터넷 강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현실도 그렇다. 제조업은 강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웹 진화론’이 흥미를 끄는 이유의 하나는 선진국 중에서도 ‘인터넷 변방’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그것도 일본 기업인이 저자라는 점이다.
웹 진화론은 제목에서 풍기듯 ‘인터넷 해부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혁명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 놓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 주는 책이다. 저자 우메다 모치오는 일본의 대표 IT 칼럼니스트이자 블로그 운영자다. 게이오대학과 도쿄대학원을 거쳐 199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컨설팅기업을 창업한 후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을 이 책에 담았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일까. 시종일관 웹 진화론은 ‘인터넷 낙관론’ 일색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세계는 더욱 입이 벌어진다고 자신감 섞인 어조로 강조한다. 이를 실현하는 3대 흐름으로는 ‘인터넷·가격(Cheap) 혁명·오픈소스’를 꼽는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흐름은 가격 혁명 대목이다. PC나 휴대폰과 같은 정보단말기 성능은 계속 향상되겠지만 반대로 가격은 크게 내려간다는 것. 나아가 앞으로 10년 안에 누구나, 어떤 정보 단말기든지 비용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우리 앞에 다가온 ‘웹2.0 시대’에는 정보 독점에서 정보 공유로, 특정한 소수 엘리트에서 불특정 다수로, 대규모 수익을 내는 사업에서 이전에 수익을 내지 못한 사업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실력은 있지만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아웃사이더’가 인터넷으로 새로운 스타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낙관론에 흠뻑 심취한 저자는 변하는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기성세대 특히 변화에 ‘둔감한’ 일본기업인을 무차별적으로 몰아붙인다. 인터넷에 역기능도 있고 블로그 정보는 검증이 안 돼 있다는 기존 미디어와 기성세대의 주장은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배경이라며 다소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장밋빛 시나리오’로 가득찬 인터넷 세상에 그가 우려하는 점은 한 가지다. 이른바 ‘고속도로 출구 정체론’이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각 분야에서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고 덕분에 고속도로 종점까지 큰 어려움 없이 달려갈 수 있다. 그렇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지식 수준을 올리겠지만 정작 마지막 출구 부근에는 정체가 심해서 이를 빠져 나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그친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저자는 고속도로 종점까지 달려오며 여태까지 얻은 능력은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번에 고속도로에 올라탄 사람은 이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책 말미를 새로운 세대에게 무거운 고민을 던져 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1만2000원.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