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IT는 한국을 중심으로 돈다!’ 우리나라에서 발현한 혁신적 IT와 관련 서비스를 국제화할 때다. 첨단 IT를 즐기는 문화도 ‘디지털 한류’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좋은 휴대폰, 빠른 인터넷으로 인정받는 데서 벗어나 와이브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기술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건전한 댓글과 숙의하는 토론방으로 인터넷을 포괄하는 ‘IT코리아2.0 세상’을 만들어갈 때다. 새로운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과 문화 안으로 IT코리아를 투척하고, 그 안에 세계를 품자. 지금, 출발이다.
“요즈음 참여하고 공유하는 ‘웹2.0’이 유행인데, 곧 ‘웹3.0’이 모바일 쪽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이경주 삼성전자 상무(정보통신총괄)가 내다보는 세계 IT 흐름이다. 이 상무는 “세계에 PC 8억대, 휴대폰 30억대 정도가 있는데 누가 ‘창(View)’을 통합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휴대폰 안으로 인터넷이 들어오는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가 말하는 휴대폰과 PC는 각각 이동성과 고정성을 상징하는 것. ‘창’의 크기에 제한받지 않는 휴대인터넷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특히 “일본의 NTT도코모가 지난 2000년 10월 가장 빨리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세계화에 실패했는데 (기술 표준·방식의) 쇄국정책, 사업자 지향적(oriented) 시장구조 때문이었다”며 “(과거 논리로 대응할 수 없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여섯 번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와이브로가 그 출발점에 섰다. 가장 늦게(6번째) IMT2000 국제표준이 됐지만 가장 먼저 4세대 이동통신을 향해 내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4세대 이동통신은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초당 최대 1억비트(100Mbps) 이상 속도로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궁극적인 멀티미디어서비스를 구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삼성전자 등은 벌써 시속 120km 이상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초당 최대 4억비트(400Mbps)로 보낼 수 있는 ‘와이브로 이볼루션(Evolution)’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 개발기관들은 내년에 ‘와이브로 이볼루션’을 개발한 뒤 2010년으로 예정된 ITU의 4세대 이동통신(IMT-Advanced) 표준에 채택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2세대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선진국 뒤를 좇을 수밖에 없던 옛 기술개발·상용화 전략의 어려움과 한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기술사용료(로열티)를 주고 핵심기술을 수입해 제품·서비스를 상용화한 까닭에 ‘IT코리아는 미국과 일본의 가마우지’라는 현실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에 따라 와이브로를 필두로 차세대 통신망(NGN)·IPTV·지상파DMB·전자태그(RFID) 및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등 21세기 국제 사회 기반으로 자리 잡을 IT 기술·서비스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년 1월 ITU NGN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한 9개 표준 초안이 승인될 수 있을지, 1월부터 국제표준작업을 본격화해 12월께 완료할 IPTV 연구그룹(SG)회의에서 얼마나 한국형 표준 초안이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또 이탈리아를 상륙지점으로 삼아 유럽진출을 꾀하는 지상파DMB가 내년 4월에 열릴 ‘월드DMB포럼’에서 채택될 DMB 분야 유럽 표준안에 얼마나 진입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RFID 및 USN의 경우에도 내년 2분기부터 2009년 4분기까지 미들웨어·네트워킹·망관리 등 10여건을 둘러싸고 추진될 국제표준화작업에 한국형 기술·서비스가 얼마나 가미되느냐에 따라 21세기 IT코리아의 미래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와이브로의 국제표준화에 따라 내년부터 5년간 생산유발 14조6000억원, 부가가치유발 7조3000억원, 고용창출 연 7만5000명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측 신뢰도가 떨어져 성급히 샴페인을 터뜨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며 “장밋빛 환상보다 한국에서 발현한 첨단 IT의 국제표준화를 위한 기술 기고 한두 개를 더 추스를 때”라고 지적했다.
◆국산 IT 세계화하려면
한국산 IT를 세계화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IT 기반 융합기술로 시선을 돌리고 수출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연구개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분출한다.
◇앨빈 토플러=“한국의 미래는 IT·생명공학기술(BT) 융합에 달려 있다.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새 산업과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2005년 9월 ‘산업혁신포럼 2005’에서)
◇유승희 국회의원=“세계 40여개 나라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준비중인데 (IMT2000) 국제표준 채택으로 도입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와이브로 해외 확산이 선순환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통신서비스와 IT 기기 수요가 함께 둔화하는 등 세계 IT 수요성장률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 콘퍼런스 등을 통해 신규 판로를 개척하고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지원할 때다.”
◇최문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현재 IT 분야 민간 부문 역량은 그동안 투자한 공공 연구개발(R&D)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다. 신규 전략품목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김선배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장=“IT 산업 해외 진출이 3대 문제에 봉착했다. 3대 품목(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 비중이 70%, 대기업 비중이 87%, 미국·중국 등 5대 국가 비중이 65%에 달한다. 품목 다변화, 중소기업 수출지원, 신흥국가 개척에 나설 때다.”
◇이용환 정통부 미래전략기획팀장=“IT가 꿈꾸는 미래 모습은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기업은 시스템 지능화·효율화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며 정부가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R&D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IT 기반 융합기술 15개를 확보하고 IT산업의 국내총생산(GDP)비중을 20%로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