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4000만명 이상의 이동통신 이용자를 확보한 정보통신 강국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숨을 쉬는 사람이 공기의 존재를 모르듯 기지국이 이동통신에 필수적이란 걸 인지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더욱이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기지국을 무작정 늘리는 게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더욱 적다.
10여년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각 이통사의 무차별적인 기지국 증설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 온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전파기지국(KRT)이라는 회사다.
◇국내 유일의 기지국 공용화 전문업체=한국전파기지국(KRT, 대표 한춘구 www.krtnet.co.kr)은 지난 1996년 정부의 기지국 공용화 정책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됐다. 정보통신부 주관 아래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SK텔레콤·KT프리텔·LG텔레콤 등 13개 통신 회사가 출자해 만들었다.
기지국 공용화란 다수 이통사업자가 기지국 시설과 장비를 공동으로 쓰는 것을 뜻한다.
PCS·셀룰러·WCDMA·휴대인터넷(와이브로)와 같이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나오면서 수많은 기지국을 세우는 게 필수적인 일이 됐다. 그런데 같은 시설과 장비를 여러 사업자가 따로 설치하면 인적·물적 자원을 낭비하는 중복투자의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산간 지역 등에 기지국을 지속적으로 설치하면 자연 환경을 무분별하게 훼손한다. 도심 지역에선 미관을 해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 사업자가 기지국 시설과 장비를 공용화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사업자에게는 투자비용을 절감시켜주고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효율적 투자로 인한 요금 인하효과를, 더불어 자연환경 훼손 최소화를 이루는 게 바로 기지국 공용화 사업이다. KRT는 국내 유일의 기지국 공용화 전문업체로 PCS·셀룰러 서비스를 위한 전국 지하철 공용 중계망을 독점적으로 구축했다. 지상 특수지역 공용화 기지국을 전담 구축해 왔다.
△지하철·KTX·일반철도 등 철도와 터널 등 지하구간 공용망 구축 및 유지보수 △군부대·공원 관광지·신도시 등의 지상 공용기지국 공용망 구축 및 유지보수 △공용 광중계기·공용 RF 중계기 등 공용장비 개발 △환경친화 기지국 개발 및 공용화 솔루션 개발이 주요 사업 영역이다.
지난 2002년엔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안착했다. 기지국 공용화 사업의 필요성 및 사업성을 회사 안팎에서 두루 인정받았다.
◇핵심 역량·기술로 승승장구=KRT는 지난 10여년간의 사실상 독점적인 사업 수행으로 독보적인 핵심 역량과 기술을 쌓았다. 지하철·터널 등 특수지역 공용기지국 인프라 구축 및 설계, 특수지역 공용기지국 유지보수 등이 KRT의 핵심 역량이라고 자타가 공인한다.
특히 위성·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중계망 설계 및 구축을 전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3년 LG텔레콤이 협력사 중 우수한 현장 기술을 보유한 업체인 ‘우수현장’ 기업으로 선정한 것도 KRT 역량을 뒷받침한다.
10년간의 노하우는 탄탄한 경영 실적으로 이어졌다. 한춘구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03년 이후 매출액, 영업이익이 하락한 해가 단 한번도 없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매출액은 559억원에서 933억원으로 67% 성장,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억원에서 66억원으로 128% 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도 전체적으로 2003년 44억7000만원에서 59억7000만원으로 33.6% 늘어났다.
KRT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사업별 매출 증가 현황도 시설공사가 79%, 기지국 사용료가 54%, 유지보수가 23%를 기록한다”며 “앞으로의 사업 성과도 순항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신규 사업에도 매진=KRT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신규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이미 기간통신사업자, 별정사업자 및 해외사업자의 통신 트래픽을 KRT의 통신망으로 중계 처리하는 사업(트래픽집중사업)을 시작했다. 또 지난 2005년 별정통신 1, 2, 3호 사업허가를 취득, KRT 이름으로 전화 선불카드를 판매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오는 2010년까지 상황에 따라 인터넷전화 및 MVNO, 홈네트워킹 사업에 진출할 방침이다.
개발과 퍼블리싱 위주의 모바일게임 사업 진출도 모색한다. 올해의 단기적인 목표를 △마나포션 등 개발사와의 제휴 확대 △10개 이상의 게임 개발·런칭으로 잡고 최근 게임 퍼블리싱 부서를 신설, 운영 중이다.
2008년 전체 게임 개발사 구축·운영, 2009년 유무선 연동 등 이통사 연동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오는 2010년 50개 이상의 게임 퍼블리싱, 해외 5개국 이상 게임 서비스를 하는 게 목표다.
한춘구 사장은 “국내 통신사업자의 망 투자는 어느 정도 포화했다고 본다”며 “KRT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신규 수익원 및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춘구 사장 인터뷰
-공용기지국 사업의 의의는.
▲효율적인 자원 사용 효과가 가장 크다. 다양한 이통서비스마다 기지국으로 통신망을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중구난방으로 기지국을 깔면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함께 환경자원 훼손 부작용도 막대하다. KRT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돼 10년간 매진해 왔다. 작년 5월 기준으로 총 549개의 지상공용기지국을 건설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통신서비스 발전에 나름의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신사업에 열심인 이유는.
▲KRT의 실적은 확실히 나쁘지 않다. 2003년 이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하락한 적이 없다. 주가도 큰 변동이 없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되고 있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분야나 나설 생각은 없다. 통신 쪽에서 꾸준히 일해 온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있다. 모바일 게임사업이나 별정통신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도 종국적으로는 통신이라는 접점을 통하지 않고선 어떤 서비스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업 모델이 통신사업자에 종속됐다는 우려가 있는데.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설 영역 네트워크 구축에 지속적으로 입찰하고 있으며 실제로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업 초기 이통사 관련 매출이 100%였지만 현재 40% 정도로 줄어들었다.
-KRT의 경영 모토는.
▲고객(Customer), 도전(Challenge), 창조(Creation)의 3C를 축으로 첨단 네트워크를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경영혁신활동도 지속적으로 실시해 성과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류기업으로서 끊임없이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 가치와 경영성과의 극대화를 이루어 주주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는 게 KRT가 해야 할 일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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