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지원기관 `퇴출딜레마`

  전국 IT벤처기업 지원기관들이 입주기업 중 경쟁력을 상실한 부실벤처기업의 퇴출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 기관들이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장기 연체하거나 퇴거조치를 했는데도 버티는 기업, 심지어 야반도주하는 기업까지 속출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벤처 임대료 연체 ‘고통’=현재 96개 사를 보육하고 있는 KAIST 창업보육센터는 지난해 2개사가 임대료를 장기연체 후 야반도주했으며, 올 들어 지금까지는 무려 8개사가 7∼8개월간 임대료를 못 낸 후 아무도 모르게 종적을 감췄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의 ICT파크에 입주한 기업 중에도 지난해 임대보증금을 초과한 금액만큼 임대료를 연체한 기업 한 곳이 아무런 통고도 없이 몰래 이사했다. 현재 임대료를 10여 개 월 이상 못 내고 있는 기업 한 곳에 대해 퇴거명령을 내린 상태이다.

  대구테크노파크도 현재 대구 성서벤처공장에 입주한 기업 1개사에 대해 임대료 회수를 위한 법정소송을 진행중이며, 일부 기업이 수개월씩 월 임대료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대구TP가 지난해 7월 입주기업의 부담을 줄여 준다는 명목으로 평당 임대보증금을 대폭 줄인 대신 월 임대료를 높여 오히려 기업에는 부담이 된 경우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최근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모 업체를 퇴출시켰으며, 광주테크노파크도 2년 이상 임대료를 안낸 모 업체에 대해 사무실 집기를 압류조치했다. 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최근 모 업체가 6개월 임대료를 내지 않고 진흥원을 떠나 보증금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지원기관선 골머리=사정이 이렇지만 입주한 부실벤처를 내보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지원기관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KAIST창업보육센터의 경우 강제 퇴거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규정이 없어 연체기업에 대해서는 사무실을 비우도록 통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더라도 이를 실행하기는 더 힘들다. DIP의 경우 임대료 장기 체납기업에 대해 법정소송까지 준비했지만 인정상 포기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사업이 어려운 기업을 강제로 몰아냈다는 외부의 시선 때문에 섣불리 퇴출시키지도 못한 것이다.

◇대책 마련 절실=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자금사정 때문에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계획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퇴출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지만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납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주 대기상태인 다른 유망한 벤처기업을 위해서는 입주기업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입주심사 때 평가기준에 미달된 기업은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선정하지 말아야 하고, 계획된 사업이 아닌 부가적인 사업아이템에 치중하는 기업도 과감히 퇴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 후 분기별로 영업실적이나 연구개발, 자금유치 등을 엄격히 평가해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기업을 가려내고 외부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입주를 활성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