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와 세계 2위의 승강기업체 쉰들러가 적대적 M&A 가능성을 일축하고 승강기 사업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2박 3일간의 금강산 방문을 마친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승강기 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글로벌 사업기반 확대 등 공동 관심사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두 회장은 이어 “전략적 제휴 실무 협의팀을 신설해 부품 및 제품 상호 공급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쉰들러는 지난해 초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25.5% 매입하면서 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주주로 떠올랐다. 쉰들러의 지분매입은 세계 3위의 초고속 승강기시장인 한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한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지난 5월에는 현정은 회장이 스위스 쉰들러 본사를 직접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그룹이 승강기사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협력 대상 및 업계 파장=이번 제휴로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동안 취약했던 초고속 승강기시장에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받은 쉰들러 기종을 투입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용 승강기 시장은 오티스, 미쓰비시, 티센 등 외국계 업체가 석권하고 있다. 현대 측은 또한 에스컬레이터 세계 1위인 쉰들러의 기술력도 이전받아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저렴한 승강기 부품, 저속 기어리스 승강기를 수입해서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현대 측과 제휴로 초고속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 분야에서 큰 수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4년 설립한 쉰들러 중앙과 관계설정에 대해서 매출이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영역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합작까지 가나=승강기업계는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제휴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업계 주변에서는 내년 상반기 현대엘리베이터가 쉰들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승강기사업 주도권을 쉰들러에 넘기고 사실상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현대엘리베이터는 이같은 추측을 단호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9년 구 LG산전이 오티스에 승강기사업을 매각하고 동양엘리베이터가 독일 티센에 승강기사업을 넘길 때와 매우 흡사한 수순을 밟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승강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와 제휴로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면서도 “두 그룹이 승강기 합작사를 만들면 현대 계열사의 승강기 수요를 현대엘리베이터가 독식하는 관행도 바뀔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