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게임 시장에서 TV가 플랫폼 빅뱅의 가로축이라면 모바일 기기는 세로축이다. TV 없는 집도 찾기 힘들겠지만 휴대폰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 휴대폰 보급률이 플랫폼 간 영역이 사라지는 컨버전스의 흐름의 주도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기기가 게임 산업 플랫폼 빅뱅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고속 성장 중=아직 모바일 게임의 컨버전스 경향은 맹아 단계지만 이미 휴대폰용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은 35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35%나 성장했다.
이는 PC게임 시장을 추월한 수치다. 이같은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오는 2009년에는 시장 규모가 7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보다는 덜 하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도 분명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390억원 정도로 전년 대비 23.3% 성장했다. 2006년에 컴투스는 2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게임빌 역시 100억원대 매출을 돌파, 모바일 게임 업체 중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기술적 인프라도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을 돕고 있다.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HSDPA 서비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네트워크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통신 비용 부담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 업체 역시 다양한 데이터 요금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으며 무선 랜을 지원하는 휴대폰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나오면서 비용 절감은 물론 사용자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휴대단말기 분야의 화두는 단연 컨버전스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단말기 안에 갖가지 기능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MP3P에는 동영상 재생, 전자사전, 지상파DMB 수신, FM라디오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돼 있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전자사전에도 동영상 재생과 MP3P 기능이 들어가며, 디지털카메라에서 PMP와 같이 동영상 재생과 텍스트뷰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무선 연동은 플랫폼 빅뱅의 핵심=이처럼 모바일 게임은 성장일로를 걷고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직 휴대폰에 한정돼 있는 모바일 게임이 휴대용 게임기나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PDA, PMP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기존 온라인 게임과 연동되는 모바일 게임이 속속 나오면서 모바일 플랫폼 빅뱅의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이미 게임업계는 모바일과 온라인 환경을 연결하는 유무선 연동 게임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세중나모가 온라인 부문을 강화한 ‘로드오브디 시즌2’를 내놓고 인기몰이에 나선 가운데 지오인터랙티브는 인기절정의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연계한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히어로즈’를 출시했다.
‘로드오브디 시즌2’ 역시 사용자 간 결투만 가능했던 기능을 몬스터 사냥과 채팅, 카메라 기능 등으로 확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에 버금가는 수준을 만들었다. 또 모바일게임에서 얻은 경험치를 온라인 게임으로 옮기는 제한적인 유무선 연동을 넘어, 유무선간 능력치 상호 이동까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김태우 세중나모 이사는 “시즌2에선 명실상부한 유무선 연동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환경의 특성을 살리며 차별화된 재미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던전앤파이터 히어로즈’는 모바일 게임에서 얻은 쿠폰을 ‘던전앤파이터’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유저와 동맹을 맺고 각종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다.
이처럼 자신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 플랫폼에서 즐기고 그 성과가 온전히 축적되는 유무선 연동은 모바일 게임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은 “유무선 통합 경향이 두드러지는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망 개방 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게임 업체뿐 아니라 이동통신 업체도 플랫폼 빅뱅을 겨냥, 게임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유무선 연동과 플랫폼 확대로 축으로 하는 게임사업 전략을 내놓았다. 휴대폰용 칩 성능 개선으로 휴대폰과 휴대용 게임기 성능이 좁아지고 대용량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온 국내 업체들과 협력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조용보 SKT 게임사업팀장은 “SKT의 게임 사업은 유무선 연동과 플랫폼 확장, 글로벌 진출 3개 축으로 이뤄진다”며 “기존과는 다른 차별화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
◆인터뷰/강신혁 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
와이어리스(Wireless), 모바일, 와이브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을 설명하는 핵심 용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연일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차세대 플랫폼은 게임 산업에도 아주 중요하다. 그동안 온라인, 모바일, 아케이드 등 서비스 형태에 따라 3∼4개에 불과했던 게임 산업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면서 또 다른 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현재 모바일게임산업협회 강신혁 회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모바일 게임 업체 엠조이넷을 이끌고 있는 강 회장은 플랫폼 빅뱅 시대,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에 주어진 과제를 ‘플랫폼 빅뱅시대엔 변화보다 적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확산 되고 IPTV 등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순간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패턴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플랫폼 빅뱅에 따라 변화를 해야 하겠지만 늘 그렇듯 변화보다 적응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적응은 다름 아닌 수익이다. 강 회장은 “와이브로 등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우리(모바일 게임 업체)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는 관련 서비스 플랫폼이 대중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다시 말해 플랫폼 등장에 따른 변화를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이를 수익으로 확산시키는 즉 ‘변화 적응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은 모바일 게임 업체만의 힘으론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임 업체는 물론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후방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강 회장은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으로 확정됐지만 서비스 확산 등은 정부·업계가 공동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며 “서비스 확산돼야 콘텐츠가 확보되고 많은 콘텐츠만이 새로운 플랫폼을 안착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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