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하루 2000개 이상의 광고와 접한다고 한다. 기존의 전통매체인 신문과 방송·잡지·옥외광고 외에도 인터넷·DMB·IPTV 등 다양한 뉴미디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슈퍼마켓의 계란껍질이나 자동차 바퀴·에스컬레이터 손잡이·병원 침대커버 등 눈길이 멈추는 곳이면 어디에나 광고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은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를 마시며 살고 광고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잠잘 때와 기도할 때뿐이라고 한다.
이처럼 광고가 그림자처럼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더러는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스팸메일이나 길거리 전단지 등 제도권에서 통제불가능한 광고들 때문에 정상적인 광고마저도 홀대를 받고 있으며 그만큼 반광고 정서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살아 있고 팔 물건이 있는 한 광고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광고는 오히려 갈수록 다양한 기법으로 소비자의 심성을 파고들 것이다. 사생활 침해의 폐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이나 감시TV를 받아들이듯이 자본주의의 생필품인 광고의 그늘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모든 제품은 1차로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광고로써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거듭 태어난다. 평범한 부엌데기 소녀 신더 걸이 유리구두를 신었을 때 신데렐라로 변하듯이 말이다. 광고는 현대판 유리구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가 명품 브랜드에 탐닉하는 것은 광고로 만들어진 특별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품질과 가격이 비슷해진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은 감성적인 이미지며 소비자는 이미지를 소유함으로써 위안을 받는 것이다.
광고는 속성상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므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거나 소비자를 즐겁게 해야 한다.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 디지털시대에 우스꽝스러운 광고는 삶의 활력소가 되며 더러는 광고 자체가 오락물처럼 즐거움을 준다. 요즘 방송국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에 광고의 패러디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고는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더러는 사회문화를 선도해 나가기도 한다. “여보, 시골 아버님께 보일러 하나 놔드립시다”는 광고 카피가 어떤 효도 캠페인보다 영향력이 큰 것이다.
그러나 20초 내외의 짧은 광고시간에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역발상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집중돼야 한다. 사실 광고만큼 창의적 아이디어의 결정체는 없을 것이다.
최근 초·중·고등학교에서 광고물을 교재로 하는 창의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허위나 과장된 내용이 아니라면 창의적인 표현기법을 가능한 한 허용해 줘야 광고도 발전하고 소비촉진을 일으켜 경제도 활성화된다.
마침 제25차 아시아광고대회가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아시아광고대회는 2년에 한 번씩 아시아 각국의 광고주·광고회사·언론매체와 광고 유관 분야 종사자가 모여 교류를 나누는 아시아 최대의 광고축제다. 아시아 20개국에서 1100여명의 광고인이 참가한 이번 대회 주제는 기존의 생각과 관행을 뛰어넘자는 ‘Beyond’였다. 남다른 창의성만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것은 비록 광고계뿐만이 아니다. 독창적 아이디어 하나로 공장 하나 없이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빌 게이츠 같은 창의적 인재가 필요한 창조경제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단순한 사무는 컴퓨터가 대신하고 단순노동은 로봇이 빈틈없이 해내므로 경제성장이 되더라도 평범한 사람이 할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개인의 독창적 감성과 창조적 사고만이 통하는 21세기에는 비록 광고인이 아니라도 광고인적인 삶을 살아가는 창의적인 국민이 많은 국가라야만 성장동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 이번 아시아광고대회의 교훈이라고 하겠다.
김동현 <한국광고단체연합회 부회장> dhkim@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