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이상희 전 과기처 장관

[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이상희 전 과기처 장관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부) 장관(70)은 이공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다. 한때 ‘과학대통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그는 최근 칠순을 맞아 ‘칠순할아버지의 애절한 과학사랑 하소연’이라는 UCC잔치를 열었다. 화려하게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할 만도 했을 이 전 장관은 그의 칠순잔치를 과학사랑으로 연결하기 위해 온라인 잔치를 기획한 것. 그에게 취지를 물었다.

 “농장·공장 대신에 이제는 머리가 재산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좁은 땅에 부존자원은 없고 인구 많은 나라니까 빌 게이츠 같은 머리를 길러야 합니다. 이번 UCC잔치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전 장관은 말 그대로 과학기술 ‘외길’만을 고집했다. 서울대 약대 졸업후 기업에서 15년간 연구개발(R&D)에만 종사했다. 이후 과학기술을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변리사 자격을 획득하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로스쿨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후에도 환갑을 넘은 나이에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 최고위정보통신과정을 수료하는 등 급변하는 과학기술 현장에서 언제나 발을 떼지 않았다.

 그가 한국 이공계에 기여한 시기로 지난 88년 과기처 장관에 취임했을 때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이 장관은 응용기술은 정부 관련 부처에 맡기고 과기처는 법제처처럼 기초과학과 과학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과학을 바탕으로 모든 정부부처를 과학기술로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고 이를 실천해 나갔다. 이 같은 소신으로 탄생한 것이 생명과학연구원과 항공우주연구원 등. 또 기초연구진흥법을 제정해 대학에 공학연구센터와 과학연구센터를 출범시켜 대학연구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그의 큰 업적이다. 그는 “대한민국주식회사에 대학은 중앙연구소, 기업은 생산영업부서, 정부는 기획관리부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은 숨길 수 없었다. 정당의 정책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청와대 과학기술대통령자문위원장 등을 섭렵하면서 유전공학육성법·해양개발기본법·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을 의원입법했다. 또 에너지 위기를 예견해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영재교육진흥법과 e러닝산업발전법·이공계지원특별법 등 수많은 법을 발의·제정했다. 그는 이 같은 수많은 법 제정 작업에 “당시만 해도 정책만 바뀌면 지원책이 끊기는 등 지원이 들쑥날쑥했다”면서 “이공계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위해 고속도로를 뚫는다는 마음으로 법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변리사회의 법정단체화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이공계가 기억해야할 사건’이라며 이 전 장관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일본은 법정단체인 일본변리사회를 입법·사법·행정의 3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임의단체로 아무런 결집력과 경쟁력이 없었다”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보면 일본에 과거의 영토식민지에서 미래의 지식재산 식민지로 전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당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변리사회 회장을 맡던 2년간(2004∼2006년) 정부와 국회를 설득 결국 변리사회의 법정단체화를 이뤄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도 이공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호소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정보화사회는 이공계가 중심이 된 사회”라며 “이공계가 인문계를 끌어 안고 함께 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인생모토

지금은 글로벌시대며 두뇌사회다. 머리는 하늘의 태양처럼 온누리를 밝혀주면서 인류에 에너지를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지구처럼 세계 각국을 끌어안고 국내적으로 자전, 국제적으로 공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처신은 땅바닥의 그림자처럼 밑바닥 처신을 해야 한다.

▲인생에 변화를 준 사람

링컨·드골·세종대왕·이순신. 미래, 역사와 승부를 건 인물들이다. 과거 또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지향했다. 구속과 장애를 거부하고 개척과 창의정신을 발휘하며 생산적 에너지를 창출했다.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

21세기 역사는 어떤 계절일까. 인문계 중심의 농업사회, 인문-이공계 균형의 산업사회, 이공계 중심의 정보화-글로벌사회로 역사의 계절은 바뀌고 있다.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인문계를 포용하면서 창의성의 선도자가 되자.

▲주요이력

△66년 서울대 약학과 학사 △73년 서울대 약학 박사 △73년 변리사 자격 취득 △76년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 수료 △81∼2004년 11·12·15·16대 국회의원 △88년 과학기술처 장관 △93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97년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2000년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2004년 대한변리사회 회장 △한국우주소년단 총재(현) △한국U러닝연합회 회장(현)△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