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3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해 상장사들의 타법인 출자규모가 큰 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장사의 ‘타법인 출자 또는 출자지분처분’ 공시내용을 파악한 결과, 타법인 출자 규모는 올들어 11조2899억원(이하 유가증권시장, 1∼10월)으로 지난해에 비해 60% 가량 급증했다.
상장사는 자기자본의 5% 이상(대규모 법인의 경우 2.5%)을 출자 또는 출자처분시 공시해야 한다.
◇출자 ↑, 처분↓=상장사들이 공시를 통해 공개한 타법인 출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타법인 출자총액 11조2899억원은 지난해 동기의 7조1277억원에 비해 58.4% 늘어났다. 지난해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11.4%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전년대비 증가율은 무려 47%포인트에 이른다. 주목할 것은 평균 회사당 출자건수가 1.34건으로 지난해(1.49건)에 비해 줄었지만 평균 출자금액은 862억원으로 전년도의 626억원에 비해 무려 236억원이나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투자처를 찾기는 힘들지만 한번 결정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선물거래소측은 “해외시장 진출 증가와 함께 사업 다각화, 타법인 경영참여 등을 위한 출자가 큰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 출자지분의 처분 증가율은 감소세다. 지난해 투자자금 회수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타법인 출자지분의 처분금액은 3조5050억원으로 전년동기(3조708억원)에 비해 14.1%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3.8%로 올해보다 높았다.
◇출자 왜 늘었나=대기업들이 돈만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타법인 출자 확대는 여러 의미를 내보한다. 우선 전문가들은 해외투자 확대 측면에서는 글로벌 정책과 함께 국내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참고로 타법인 출자금액이 가장 많은 1·3위 업체는 SK텔레콤(9570억원)과 하이닉스반도체(6992억원)로 각각 해외 진출 및 해외 생산능력 확장을 위해 투자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출자 증가에 대해 “해외의 성장가능성과 함께 국내기업의 규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활성화의 조짐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지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해 기대만큼의 수익률을 얻기가 힘들다”면서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M&A를 두려워했으나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활용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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