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9일, 과학기술부에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과기부 최초이자 유일한 e스포츠 동호회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파란의 주인공은 ‘스톰(STORM)’. e스포츠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다. 스톰은 스타크의 진정한 마니아(STarcraft Of Real Mania)란 뜻. 과기부 스타크 동호회 ‘스톰’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공무원과 게임의 조합. 사실 동호회를 만들 때만 해도 주위의 반응은 싸늘했다. 공무원 사회에서 오락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 회장직을 맡고 있는 구혁채 서기관은 “동호회를 조직할 때만 해도 주위 인식이 안 된 상황이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실·국장급 간부도 관심 있게 봐주시고 때로는 격려해 주신다”고 말했다.
동호회 설립을 주도한 한 회원은 “처음에는 공무원으로서 게임 동호회를 만든다는 게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첫 모임을 갖고 보니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정말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친목도모와 팀 간 단합에는 스톰만한 동호회도 없기 때문이다. 스타크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은데다 배우기 쉽다는 점이 한몫했다.
스톰은 이내 세력을 불리기 시작해 50여명의 회원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대조직으로 성장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젊은 사람이 좋아하는 e스포츠다 보니 젊은 남성 회원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40대 중반의 노땅(?) 회원도 있고 여성 회원도 10여명에 이른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완전 초보였지만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회원도 몇몇 있다. 스톰 창립 때부터 같이 게임을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부쩍 실력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회원 모두 진정한 ‘스톰’이 돼가는 과정이다.
과기부 내에는 스톰 외에도 산악회나 볼링·축구·당구 등 많은 동호회가 있지만 대부분 구성원의 나이가 지긋한 간부급이다 보니 조직이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는 반면에 스톰은 격의 없고 자유로운 편이라고 자랑한다. 그래서 스톰 내에서는 ‘가입은 자유롭지만 탈퇴는 마음대로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모임도 자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수요일을 ‘스타의 날’로 지정해서 매주 모임을 했고 수시로 번개모임을 갖는 등 그 열기가 대단했다. 실국대항전·스타리그 등의 대회를 치르면서 단체전에서 서로 돕고 응원해 주다 보니 회원 간의 친목도 다지고 단합도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 단체전의 스타크는 축구나 농구처럼 서로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톰은 지금 이달 초부터 12월 초까지 열리는 연말리그 준비에 한창이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축구동호회 등이 과기부 산하 연구원과 함께 과기부 장관배 대회를 하는 것처럼 규모 있는 대회도 치러볼 작정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