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동의보감]

 34. 한약 처방 단위-1첩과 1제는 어떻게 다를까

 흔히 ‘보약 한 제(劑) 먹었다’고 한다. 이때 ‘제’는 얼마만큼의 양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접하지만 정확히는 잘 몰랐던 한약의 처방 단위와 그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한 제는 본래 열흘치 약을 말하는데 대개 하루에 두 첩씩 복용하므로 한 제는 20첩(貼)을 의미하게 된다. 한 첩은 약재를 구성해 달였을 때 한두 번 먹을 약재 분량을 말한다. 우리가 사극에서 보면 약재들을 작두로 썰고 용량대로 구성을 해서 흰 종이(貼紙)에 차근차근 담은 뒤 잘 싸서 줄줄이 묶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흰 종이 하나에 담는 약재의 양이 한 첩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한의원에서 처방대로 아예 약을 달인 뒤 무독소 팩에 담아서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두 첩당 3봉(팩) 정도 뽑게 된다. 그래서 한 제(20첩)에 30봉 정도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하루 2∼3봉 복용한다고 했을 때 한 제는 10∼15일치 분량이 된다. 반 제는 5∼7일치 정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한 제 단위로 처방을 하는 것은 급한 질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약을 먹는 동안 병세가 급히 변화할 것 같으면 약을 처방하는 단위가 짧아져야 한다. 나도 약을 매우 세심하게 바꿔가며 치료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한번에 2∼5첩 이내로 처방하면서 경과에 따라 치료를 맞추어 가는 때가 많다. 약을 먹는 분량도 사람과 병세에 따라 때로는 감량을 때로는 증량을 하기도 한다. 살아서 변화하는 사람을 치료하므로 완전히 고정된 것은 없다.

 그러면 왜 대부분 한 제 분량으로 처방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의원에 내원하는 대부분의 환자가 다소 만성적인 병세로 오기 때문인데, 만성적이라도 10∼15일 약을 먹으면 진맥 후 변화에 맞춰 약을 다시 짓는 것이 합당하므로 보통 한 제 단위의 처방을 많이 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