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한적 본인 실명확인제를 실시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확인 결과,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한 건수가 10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의 SK커뮤니케이션즈 회원 중에도 2만여명이 본인 인증이 거부되거나 실패하는 등 네티즌을 불러모으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개인 정보 도용 문제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타인에 의해 명의가 도용되면 타인이 자신의 명의로 행하는 활동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본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이 이미 가입해 이용 중이라는 이유로 정작 본인이 원하는 사이트의 가입을 제한받을 수 있다. 또 원치 않는 내용의 메일에서 스팸 공격을 당할 수도, 나아가 노출된 정보를 이용한 경제적인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훔칠 수 있는 수백만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심각함을 인지하는 수준은 매우 낮다. 정부나 관련 업계, 실질적 피해의 당사자인 개인 온라인 이용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변심한 애인의 인터넷 계정을 무단으로 접속한 20대 남성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본인의 정보보호는 물론이고 타인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주의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얼마 전 보안 관련 문제로 취재차 방문한 모 방송국 기자의 요청으로 해킹 과정을 시연해 준 적이 있다. 본인의 동의하에 단순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 기자 본인의 메일 계정이 해킹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IT 담당 기자의 특성상 보안 관련 사건 사고를 자주 접하고 있음에도 본인이 직접 해킹 피해자가 돼 보니 그 충격이 엄청난 듯했다. 세상 누군가가 겪고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발생할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미 그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사람마저도 그러한데 일반인의 불감증이야 오죽하랴.
온라인세상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네티즌이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또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대응 태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모든 ID와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로그아웃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용 사이트를 빠져나오는 인터넷 이용자의 작은 행위에서 악성 코드 등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핵심 정보를 갈취,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활동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과 불법성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무지와 불감증이 문제다.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을 온라인세상에서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켜나가는 방법을 거의 모른다.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개인의 PC를 지켜주는 기본적인 온라인 보안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활용하고 온라인 피싱·파밍 등 최신의 해킹 위협 요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해킹 등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타인의 명의를 훔치고 재산을 갈취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재미라는 단순한 의도로 해킹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네티즌 모두 그 행위가 불러오는 결과가 어떠한 것이며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개인정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의 의미와 책임, 이를 지키기 위한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포털사이트 등 35개 온라인사이트를 대상으로 본인 확인제를 실시, 본인 확인 절차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더 실효성 있는 개인정보보호 대책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한다. 또 관련 업체도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적극적인 참여를 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온라인세상에서의 안전한 정보보호와 이용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이나 활동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다. 개인 온라인 이용자, 온라인 사이트 등 관련 업체 그리고 정부가 함께 인지하고 고민해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윤정수 정보보호업체 소프트포럼 사장 jsyoon01@sof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