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리안 카우보이

기자수첩

 중소 LCD TV 개발업체 A사의 김 과장은 올해 서울에 머무른 시간이 두 달이 채 안 된다. 인력이 부족한 회사 사정으로 사실상 해외 영업을 혼자 담당하는 김 과장은 나머지 여덟 달을 미국과 유럽·중국·중동 등지를 헤집고 다니며 보냈다.

 지난주 김 과장이 찾은 곳은 ‘카우보이의 고향’으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올해 들어 세 번째 미국 출장이다. 이번 출장은 이곳에서 경기도·KOTRA가 공동 주최한 ‘코리아테크노프리뷰2007’ 전시회에 회사 대표로 현지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전시회라 해서 세빗이나 컴덱스 같은 대규모 행사에 나가는 글로벌 IT기업처럼 거창하게 꾸미는 것은 아니다. 부스라 해봤자 6㎡ 좁은 공간에 샘플로 가져온 대형 TV 한 대와 카탈로그 한 뭉치, 회사이름이 새겨진 길이 3m짜리 간판이 고작이다.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 화려한 도우미는커녕 그 흔한 기념품조차 없다.

 전시회에 나왔다고 해서 바로 성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부스를 찾아온 현지 바이어를 붙잡고 30분, 1시간을 설명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함 한 장이 고작일 때도 있다. 머나먼 한국에서 온 이름없는 작은 기업이 세계적인 IT기업이 즐비한 미국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김 과장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보유했고, 중국기업에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을 갖춘만큼 계속 두드리다 보면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해외 시장의 문도 열릴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댈러스에 머무른 지난 한 주간 김 과장에게 허용된 공간은 비록 두 평도 채 안 되는 ‘단칸방’ 부스가 전부였지만 열정만큼은 과거 이곳을 주름잡던 오리지널 카우보이 못지않았다. 지난 3일 전시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 과장의 꿈은 벌써 두 평짜리 좁은 부스를 뛰어넘어 드넓은 세계로 달리고 있었다.

 댈러스(미국)=이호준기자<정책팀>@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