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에프씨아이와 인티그런트테크놀러지즈는 외국 기업에 매각된 후 뭐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두 기업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으로 회계시스템을 꼽는다. 특히 에프씨아이를 인수한 실리콘모션은 나스닥 상장기업이고, 인티그런트를 인수한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어서 투명한 회계를 철저히 요구한다.
에프씨아이(대표 윤광준)는 지난 4월 나스닥 등록기업인 대만의 실리콘모션에 9000만달러에 매각됐다. 매각 대금의 50%는 이 회사 주식으로 받았다. 에프씨아이는 매각 후 모든 작업이 예전보다 체계화됐다. 실리콘모션의 자금력이 풍부한 덕에 에프씨아이는 매각 후 큰 시장을 보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도 용이해졌다.
그러나 에프씨아이는 본사의 회계 시스템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일이 많아졌다. 본사에 분기별로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대리점으로 나간 매출을 회사 매출로 계산하지 않게 됐다. 또 에프씨아이 임원들은 매주 본사와 영상회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스트레스가 높아졌다. 임원들은 본사와 에프씨아이 사장에게 양쪽으로 보고 해야 해 이중으로 힘든 면이 있다.
반면 예전에는 회사가 벤처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 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심적인 여유와 안정감을 갖게 됐고, 능력있는 직원을 뽑기도 쉬워진 점이 있다.
윤광준 사장은 “대개 회사가 매각되면 사장의 권위가 떨어져 직원들이 나태해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에프씨아이는 매각 대금의 50%를 본사의 주식으로 받았고 직원들도 주주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리콘모션은 SD카드 컨트롤러 업체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대표 고범규)는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인 아날로그디바이스(ADI)에 매각됐다.
고범규 사장은 “ADI는 창업한 지 40년이 넘은 회사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가 많다. 덕분에 이 회사로부터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으며 반도체설계자산(IP)를 가져와 반도체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DI와 합병 후 매출과 이익률 등의 실적과 다음 달 예상치를 매달 정확히 보고하게 됐다. 회계 시스템이 예전보다 훨씬 투명해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했으나 합병 후에는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하면 이익률이 낮아지지만 회계가 투명해져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 얻게 된다고 고 사장은 설명했다.
인티그런트는 매각 후 ADI의 엔지니어들과 반도체 설계 과정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덕분에 인티그런트의 엔지니어들이 전화를 통해 영어로 대화하고 설계 과정 등을 문서화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고 사장은 “엔지니어들이 아침에 영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글로벌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사장은 본사와 모든 것을 함께 검토하다 보니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진다는 점, 시차가 12시간이 벌어져 한국시간으로 밤 11시에 본사와 통화할 일이 많아 밤낮이 없어진다는 점 등을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ADI는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생산·판매로 연간 2조6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회사다. 전세계에 직원 8600명을 두고 있다. 본사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노우드에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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