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료 백신 논쟁 보안업계 ‘약’으로 삼자

 무료 백신 실시간 서비스 논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이스트소프트다.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안티바이러스 업체의 유료 수익모델인 실시간 감시기능까지 포함한 무료 백신 서비스 추진 계획을 밝혀 업계가 술렁인 데 이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스트소프트도 비슷한 기능의 무료 백신 ‘알약’을 공개했다.

 이미 보안업계는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인 NHN의 보안사업 진출을 두고 ‘대기업이 중소 보안기업이 이뤄 놓은 시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논리로 압박, 무료 백신 배포의 유보를 끌어낸 바 있다.

 이스트소프트 역시 압축 프로그램 ‘알집’을 국내 PC에 1000만개 가까이 깔았고 개인 사용자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만만치 않은 업체다. 그러나 같은 중소기업인 이스트소프트의 백신 출시에는 보안업체가 NHN에 들이댔던 압박 논리를 댈 수는 없으니 난감했을 터다.

 문제는 보안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가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가 아니다. 보안이 인터넷이나 PC의 핵심 기능으로 인식되면서 관련 업체가 보안을 다른 서비스와 함께 묶어서 제공하려는 것이 대세가 돼 간다는 점이다. 소비자도 안티바이러스 같은 민감한 기능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환영할 수밖에 없다. ‘알약’ 홈페이지에는 네티즌이 4000개 이상 댓글을 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누구나 외산 바이러스 엔진을 들여와 안티바이러스 백신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기존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분야의 강자가 계속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원론적 얘기지만 결국 국내 업체는 더 많은 바이러스를 잡고 더 빨리 업데이트하며 기술력을 높여 ‘돈이 아깝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익이 보장된 공공기관이나 기업 영업에만 주력해서는 대응하기 힘들다. 최근 국내 보안업계가 글로벌 수준의 보안 위협에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은 이러한 노력의 첫걸음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논쟁은 오히려 보안업계의 체질 강화를 위한 ‘백신’이 아닐까.

 한세희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