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3년 만화산업진흥을 위해 수립한 ‘5개년 계획’(2003∼2007)이 만화인프라 구축·해외 수출 활성화 지원에 주력했으나 정작 산업진흥의 핵심인 창작역량 강화에는 지원이 전무한 외화내빈의 양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만화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5개년 계획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 11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0억원이 △만화영상산업 콤플렉스 조성 △만화 데이터 베이스(DB) 구축 △디지털만화 기술개발사업 등 인프라 구축에 책정됐다.
반면 만화산업 창작역량 강화에 36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음에도 가장 큰 금액(175억원)이 배정된 ‘만화중심의 스타프로젝트’에는 지난 5년간 지원 사례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디지털이미지 레퍼런스 북 제작, 웹기반의 만화인력 헌팅풀 구축과 같이 인프라 구축에 해당되는 사안들이 창작역량 강화에 포함돼 실제 창작지원에 돌아간 금액은 5년간 30억원에 불과했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이 정책 수립 당시에 만화 시장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정책이 수립되던 2002∼2003년에 만화계는 일본 만화의 국내 시장 잠식, 대여 시장의 확대로 인한 시장 축소 등을 근본적 문제로 꼽았지만, 정책은 인프라 구축, 수출 마케팅 지원 중심으로 짜여져 실질적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뜻이다.
문화관광부 최보근 콘텐츠진흥팀장은 “예산이라던가 세부 사업별로 집행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며 “만화 원작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시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연내 발표할 2차 계획에서는 실효성있는 창작 강화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만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2차 계획에서는 만화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화가 정철 청강대 외래교수 역시 “포털에서 데뷔하는 작가조차 한 달에 30만원의 고료를 받고 작품 활동을 한다”며 “작가들에 대한 직접적 지원 없이는 우수한 창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만화담당 이혜은 대리는 “향후 계획 수립에서 창작 역량 강화에 대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대답했다.
만화 이론가 한상정 미학박사는 “제1차 만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거치면서 출판만화 시장 규모가 7.8% 하락했다”며 “이는 만화의 질적 다양화와 양적 확대를 간과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상정 박사는 영화진흥위원회,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의 지원시스템을 만화계에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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