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색,계

 제 64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제 62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진 이안 감독의 신작 ‘색, 계’에 돌아갔다.

 ‘색, 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스파이가 될 수 밖에 없던 여자(탕웨이)와 그의 표적인 남자(양조위 분)의 슬픈 사랑과 두 배우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욕망, 그 위험한 색(色), 신중, 그 잔인한 계(戒)’라는 카피가 보여주듯이 단순히 두 남녀의 격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욕망과 경계심을 다루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친일파의 핵심인물이고, 여자는 남자를 암살한 목적으로 접근한다. 처음부터 끌리지만 서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두 사람. 두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둘 사이의 적대감과 경계심이 풀어지고 이것이 치명적인 사랑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안 감독이 강조하는 ‘사랑과 고통은 공존한다’는 말을 가장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국 개봉에서도 이 장면을 빼지 않고, 19세 이상 관람가로 보여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영화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른 운명에 처한 두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을 넘어선 욕망과 경계라는 보편적인 생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셈.

 삶에서 거부할 수 없는 본능과 지켜야 할 계율.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넘치지도 차지도 않게 표현하는 이안 감독의 화법이 놀랍다.

 현재 미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색, 계’는 8일 개봉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