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강국, 이제는 세계로](상)한국어, PCT 국제 공개어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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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지식재산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년 전 IT 강대국의 이점을 살려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행정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나라는 이제 국제특허출원 규모면에서도 당당히 세계 5위에 올랐다. 특허심사 서비스 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9.8개월이라는 세계 최단 심사 기간을 달성하면서 수요자 위주의 서비스 정책 구현에 앞서나가고 있다. 심사 품질면에서도 흠잡을데 없다. 최근 세계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국제조사 의뢰가 잇따르면서 우리 특허행정의 국제적 신뢰도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기술강국에서 지식재산강국으로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특허정책 성과를 특허청과 공동으로 3회에 걸쳐 조명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제시한다.

 지난 9월 28일 새벽 우리나라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제43차 총회’에서 18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PCT) 국제 공개어로 채택된 것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후 국제 사회에서 우리 한글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국어는 이날 공동으로 채택된 포르투갈어와 함께 세계 10대 PCT 국제 공개어로 채택됐다.

 ◇PCT 국제 공개어 추진 배경=특허청이 한국어를 국제공개어로 추진하게 된 배경은 특허출원 강대국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특허출원 5위를 차지할 만큼 특허강국으로 부상했지만, PCT 출원에서만큼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PCT 출원시 국제 공개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출원인들이 자국어로 PCT를 출원하더라도 통상 18개월 이내에 출원된 특허기술 내용을 WIPO가 인정하는 국제 공용어로 번역해 국제사회에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국제공용어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러시아어·스페인어·중국어·아랍어 등 8개 언어만이 채택돼 적용되고 있다. 특허청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국제출원 증가에 따라 특허분쟁도 잦아지고 있는만큼 우리 출원인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국제공개어 채택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WIPO 및 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적극적인 추진에 나섰다.

 ◇채택 의의 및 효과=WIPO 총회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어가 국제기구에서 최초로 공식 언어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미 지식재산권 강국으로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또 다른 국제적 쾌거인 셈이다. 이번에 PCT 공개어로 한국어가 공식 채택된 것은 UN 공용어를 제외하고는 독일어·일본어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다. 특히 아직은 요원하지만, 이번 성과는 마치 한국어가 UN 공용어로 채택되는 것과 유사한 효력을 지니게 돼 우리 특허청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질적인 효과측면에서는 출원인의 이용 편익이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그간 국제공개 및 그 이후 모든 절차를 영어 등 국제공개어로 진행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지게 됐다. 공개용 영어 번역문 제출도 필요없게 됐으며, 보정서 등 중간 서류도 한국어로 작성·제출할 수 있게 된다.

 심사관의 업무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조사보고서·견해서 등 각종 보고서를 한국어로 작성할 수 있게 돼 심사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줄 전망이다.

 우리나라 인력의 WIPO 진출 기반도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어 번역·전산 업무 등 한국어를 국제공개어로 사용하는 업무에서 한국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인력의 WIPO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상우 특허청장은 “이번 국제 공개어 채택으로 국내 출원인의 PCT 출원이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가 국제지식재산권 분야를 선도하고,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특허를 더욱 강력히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조치=특허청은 한국어를 이용한 PCT 국제출원의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과 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부처 및 WIPO 사무국 등과 협의를 통해 효과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출원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한국어 PCT 출원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홍보 활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PCT 국제 공개어 채택,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오는 2009년 1월부터 한국어로 PCT 국제출원시 출원인들은 더 이상 영어 번역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각국 국내 단계 진입 시점(통상 우선권 주장일로부터 30개월이내)까지 신청된 출원의 특허성과 시장성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각 해당국 언어로 번역문을 작성하면 된다. 그간 PCT 국제출원을 한 출원인은 특허를 획득하고자 하는 국가로의 국내단계 진입 여부와 상관 없이 우선권 주장일로부터 14개월 이내에 국제공개용 영어 번역문을 제출해야만 했었다.

 기존 출원인 역시 출원서·국제예비심사청구서·의견서 및 보정서 등 기본 서식 뿐만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와 양식들도 한국어로 작성·제출할 수 있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제 조사 보고서·국제조사기관의 견해서·특허성에 관한 국제예비보고서 등 각종 심사 결과 자료들을 모두 한국어로 받아볼 수 있다.

 특허청은 한국어의 PCT 국제 공개어 채택에 따라 한국어와 영어 번역문상의 표현 차이로 인한 추후 분쟁 가능성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8년 12월 31일까지는 한국어로 출원한 PCT 국제출원에 대해 현행대로 우선일로부터 14개월 이내에 영어로 된 국제 공개용 번역문을 제출해야만 한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기고- 한국어의 PCT 국제공개어 채택 

:전상우 특허청장

 한국어가 UN의 16개 전문기구 중의 하나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국제 공용어로 인정받게 된 것은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한국 특허행정 혁신 성과와 나아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 괄목하게 신장된 우리 국력을 총체적으로 평가받은 국제적 쾌거라 할 수 있다.

 물론 공개어 채택을 일궈내기까지에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WIPO를 비롯해 호주·일본·중국·덴마크·독일 등 주요국 특허청과 회담을 통해 한국어의 국제공개어 채택 당위성을 역설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의 국제공개어 채택에 대해 소극적이던 WIPO 사무총장과 차장을 직접 면담해 한국어 PCT 출원 증가로 WIPO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논리와 통계 수치를 제시, 결국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특허청은 1977년 3월 개청 이래 지식재산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자기 혁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산업재산권 출원 규모와 특허협력조약을 통한 국제출원 등에서 세계 4위의 양적 성장을 이룩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쓰리엠 등 외국 대기업들이 우리청에 국제 특허에 관한 국제조사를 의뢰하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큰 성장을 이룩했다.

 이제 한국어가 특허협력조약의 국제 공개어로 채택됨에 따라 국제 지식재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지식재산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로 인해 국내 기술의 국제특허 출원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되고 국제사회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우리는 자원과 토지 등 유형의 자산보다 정보통신 및 생명공학 등 첨단 분야의 기술, 상품의 브랜드 및 디자인 등 무형의 지식과 가치가 더 많은 국부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 사회를 맞고 있다.

 국부 창출과 국가 경쟁력 원천으로서 지식재산의 창출·보호와 활용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지식재산 주무부처인 특허청뿐만 아니라 전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가 특허협력조약의 국제공개어로 채택돼 국제 사회에서 우리 한글의 품격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앞으로 지재권 분야의 국제 공용어로 확고히 자리매김해나가는 한편 우리의 반만년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도 훌륭히 수행해 나갈 것임을 기대해본다.

◆전상우 특허청장 junsw@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