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그로폰테 교수와 디지털 컨버전스

 “세계 최고의 법률회사와 홍보 기업이 자발적으로 OLPC 사업에 참여해 주고 있습니다. 보수가 전혀 없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찾는 구인광고에도 수많은 사람이 지원했습니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미 MIT 교수는 오지의 어린이에게 노트북PC를 나눠주자는 OLPC 프로젝트가 이처럼 호응 속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숲 속 어린이가 구글 사이트 검색을 하고 게임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산업분야로 눈을 돌려보자. 네그로폰테 교수의 ‘100달러 노트북PC’ 실험은 이 같은 인도주의·박애주의 외에 IT산업 종사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IT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와 배치되는 제품의 단순성(simplicity)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너무 많은 기능을 갖춘 제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키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 어린이와 노년층에게 첨단 컨버전스 제품의 기능은 단지 사용설명서에만 있는 기능일 뿐이다. 제조사 위치가 아니라 최종 소비자 위치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만을 갖춘 제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 하나는 부품·소재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부품·소재 기술 개발이 IT 완제품 발전은 물론이고 ‘가격혁명’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부터 양산에 들어간 OLPC에는 5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단다. 중요한 것은 네그로폰테 교수의 OLPC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노트북PC 제조사는 이 같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이윤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제조사가 생산원가를 공개하면 OLPC 사업단이 일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100달러 노트북PC 프로젝트가 이제 막 본궤도에 올랐다. 머지않은 미래에 나올 100달러 노트북PC에 한국 부품소재 기업이 동참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