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일본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3위의 보잘 것 없던 보다폰재팬을 인수해 만든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일본 이동통신업계의 신규 가입자(순증가입자의 50%)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소프트뱅크가 투자해 33%의 지분을 확보한 알리바바닷컴은 올해 홍콩 증시 상장에서 황제주 대접을 받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소프트뱅크가 20억엔을 투자해 벌어들인 돈은 1조엔이 넘는다. 그는 내년에도 일본 부호 1위 자리를 계속 지킬 것 같다.
소프트뱅크는 이 같은 분위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사상 최대의 상반기 순익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9월 마감한 소프트뱅크의 2008년 회계연도 상반기 실적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1조3647억엔, 순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세 배 이상 증가한 464억6000만엔을 기록했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 등장한 손 사장의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과 알리바바닷컴을 두고 있는 아시아 최대의 인터넷 회사”라며 “나라마다 전략적으로 인터넷 업체에 투자해 연달아 성공시키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IT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조만간 알리바바닷컴과 협력해 알리바바재팬도 설립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구글과의 맞경쟁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이 전 세계 33개 업체와 연합해 만든 휴대폰 연대(개방형 휴대폰 동맹 OHA)에 1·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KDDI가 줄줄이 가입한 반면에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소프트뱅크는 구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야후재팬 트래픽을 갖고 있다. 메일 사용자 그룹은 훨씬 더 많다. 소비자는 OS가 구글이든 윈도든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와 콘텐츠인데 소프트뱅크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절대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야후재팬과 급성장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모바일로 구글과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뜻이다. 결국 손 사장이 보다폰재팬을 인수한 배경에도 인터넷이 있었다.
손 사장은 “앞으로 휴대폰은 음성 머신에서 인터넷 머신으로 바뀐다”면서 “가입자당 통화요금은 계속해서 떨어지겠지만 3세대·4세대 이동통신으로 진화하면서 데이터통신은 급격히 늘어나게 돼 있다. 인터넷에 강한 소프트뱅크가 이동통신 사업에 더욱 강해지는 것은 순리”라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