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내년 살림살이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경영계획을 완료하고 목표 실행을 위한 조직 정비와 인선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인데도 대내외적으로 터진 여러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영계획 초안을 잡을 당시 기준이 됐던 환율과 경제성장률, 유가 등이 한두 달 새 급변하면서 거시경제 지표부터 새롭게 바꾸고 있다. 여기에 날로 복잡해지는 대선 국면과 비자금 폭로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영과 관련한 산적한 현안을 좀처럼 확정짓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 880원, 경제성장률 5% 이하로 수정=삼성 계열사는 지난 9월 중순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원달러환율 925원, 경제성장률 5.0%를 지표로 삼고 지난달 말 경영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달 말 환율 등 주요 지표를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계열사 역시 연쇄적으로 경영 계획 수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처지다. 기업들은 환율은 800원대 후반, 경제성장률은 물가상승세를 고려해 5%대 이하로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 계열사는 한 해의 사업 성과와 경영진 평가를 진행하는 컨센서스 미팅(CM)에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계열사 사장과 사업본부장 간의 CM은 마무리됐고 최종적으로 구본무 회장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간 CM이 남아 있다. LG는 현재 환율 880원대, 경제성장률 5.1%를 지표로 삼고 있으나 마지막까지 대외적인 환경 변수에 따른 시장 변화상황을 반영하기로 했다.
◇10% 성장 목표 담보하기 어렵다=문제는 악화되는 외부 환경에 공격적 경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좀처럼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매출 목표를 본사기준(해외법인 매출 제외) 63조6000억원으로 제시했던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45조7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18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4분기에 이뤄내야 한다. 환율 변동과 경쟁사들의 가격 공세 등을 고려할 때 체력 소진이 요구돼 그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본사기준 3년째 계속된 50조원대 매출 실적을 60조원대로 끌어올릴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러나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불투명한데다 원가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 공격적 목표를 세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대비 10%의 성장을 목표로 올해 연결기준(해외법인 포함) 40조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고 휴대폰과 에어컨, IT제품 등의 판매가 호조세를 띠면서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내년에 대한 전망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LG 전자계열사는 수장들이 바뀐 지 2년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도 불구하고 내부 목표는 올해와 같은 성장률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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