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경영을 하는 게 벤처가 나아갈 길입니다. 첨단 기술 개발에 쏟아야 할 힘을 엉뚱한 머니게임에 쏟는 벤처기업이 의외로 많더군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다믈멀티미디어의 정연홍 사장(43). 그는 처음에는 190㎝에 육박하는 큰 키로, 두 번째로는 정직한 경영철학으로 사람을 놀라게 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좋은 제품 만들어 정직하게 돈 벌겠다”는 소박한 답변을 듣게 되는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것은 그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지난 1999년 11월 이례적인 성공사례로 주목받았다. 직원 수 6명에 불과했던 신출내기 벤처기업이 굴지의 글로벌 전자기업인 일본의 산요전기에 반도체 설계기술을 수출한 것이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정연홍 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반도체 전문인력 6명이 나와 1998년 12월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MP3플레이어용 반도체 연구에 젊음을 걸었다.
정 사장은 “우리가 칩 설계기술 개발에 착수한 1998년 중반만 해도 MP3플레이어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MP3를 향한 강한 믿음 하나로 7개월여간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려 1999년 4월 회로 설계에 성공했다. 기술 강국 일본에 반도체 설계기술을 수출한 것이 지금까지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믈멀티미디어는 휴대폰·MP3·오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기기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설계한다. 특히 CD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MP3플레이어용으로 설계된 광학(optical) MP3 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지난 1999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하드와이어 방식의 MP3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광학 방식 MP3 집적회로(IC)는 세계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이 광학방식 MP3 IC는 지난 2006년 산업자원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이 회사는 플래시메모리 기반 MP3플레이어용 칩 설계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오디오 칩뿐 아니라 DVD플레이어·내비게이션시스템·DMB 단말기 등에 적용될 수 있는 복합기능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온칩(SoC)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에만 기술 로열티로 85만달러를 벌었다. 산요전기 외에도 글로벌 기업 몇 곳과 기술 수출을 계약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매출 284억원을 거뒀고 올해는 매출 350억원 이상을 거둘 전망이다. 내년에는 매출 500억원대를 달성하고 2009년엔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이제 직원 100여명에 이르는 어엿한 중견기업이다. 지난달 18일 산자부와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하는 ‘2007 벤처기업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벤처기업대상 수상을 계기로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글로벌 팹리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믈멀티미디어의 ‘다믈’은 ‘되찾는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멀티미디어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의 자긍심을 되찾고자 하는 창업자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