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기업 에너지 절감시스템 패권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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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평양 휴양지 괌에 위치한 19층 규모의 특급 리조트 ‘괌 메리어트 리조트앤스파’. 이곳에는 내년 5월까지 조도·온습도·동작감지 등을 위한 650개의 센서가 그물망처럼 구축된다. 중앙서버 1대가 각 센서에서 수집한 조도·온도·습도 정보를 분석한 뒤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된 상태로 자동 조절하는 환경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브리지솔루션그룹(BSG)이 수주한 이 사업에서 에너지 절감효과는 연간 50%, 우리 돈으로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친환경과 고효율’을 겨냥한 에너지 절감시스템에서 한국이 또 한 번의 IT 패권을 잡을 기회가 왔다. 지난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EU·일본 등 선진국은 당장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동참해야 하는데다 근래 수년 동안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절감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기 때문이다. 한국은 IT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절감시스템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이 뒤지지 않고 발전속도도 빨라 차세대 주도권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IT 업계엔 발등의 불=이제 저전력 제품은 곧바로 시장 경쟁력이다. 인텔·MS·구글·델 등은 올해 들어 ‘기후 보존 컴퓨팅 연합’(TCSCI)을 출범시킨 뒤 컴퓨터 전력 효율 높이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 모임은 IBM·HP 등 40여개 IT 기업과 미국 정부·MIT 등 대학도 후원하고 있다.

 목표는 오는 2010년까지 PC 전력효율을 90%, 볼륨서버는 92%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효과는 연간 540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전력비용 절감효과는 연간 55억달러다. 미국 환경보호국(EPA)도 지난 7월 ‘에너지스타 4.0’을 발표하고 PC 생산업체의 에너지 효율을 현행보다 65%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IBM은 친환경·저전력 컴퓨팅 환경을 위한 글로벌 비전 ‘빅그린 프로젝트’를 선언, IDC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연간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HP는 2010년까지 전 세계 HP 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20%까지 감축하기로 하고 최근 ‘다이내믹 스마트 쿨링’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스토리지 전문업체 씨게이트는 ‘파워트림’이라는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한 기업용 저전력 하드디스크를 출시했다. 인텔은 종전보다 CPU 전력 소비를 최고 60%까지 줄일 수 있는 50W 서버용 CPU를 개발 중이다.

 특히 기업 전산설비가 집중된 IDC는 에너지 소비,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곳. HP·IBM·AMD 등이 ‘그린 그리드’ 컨소시엄을 결성한 것도 IDC의 전력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에너지 절감시스템 시장 부상=세계 IT 시장에서는 이제 환경친화형·저전력 제품이 점차 주역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에너지 설비 분야에 IT를 접목한 새로운 에너지 절감솔루션 시장이 떠오를 전망이다. 무선 센서와 유무선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건물·구조물 등 대규모 설비에 이른바 유비쿼터스형 에너지 관리시스템이 도입되는 추세다. 업계는 에너지 절감시스템 수요가 본격 형성되는 올해 미국·일본 시장에서만 8200억원, 오는 2009년에는 4조54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한국과 동남아 일부 시장만 합쳐도 이맘때쯤이면 700억원 규모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최근 시스템 에어컨을 앞세워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언, 내년부터 전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BSG도 괌에 이어 경북 문경의 영상문화복합도시에도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공급하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소민석 BSG 사장은 “에너지 절감 시스템은 교토의정서 이행기간에 진입하는 내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을 것”이라며 “특히 국내 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IT를 제대로 활용하면 얼마든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하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