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랙베리, 블랙잭 그리고 블랙라벨

 국내 휴대폰 업계에 ‘블랙 주의보’가 내렸다.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 브랜드로 유명한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이 국내 업체를 상대로 잇따라 상표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블랙’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RIM은 지난해 삼성전자 브랜드 ‘블랙잭’이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다시 LG전자를 걸고 넘어졌다. LG전자의 ‘블랙 라벨’이 블랙베리와 비슷해 소비자에게 혼돈을 준다며 미국 연방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예 블랙 라벨 시리즈의 하나인 ‘초콜릿 폰’ 판매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표와 디자인도 엄연한 지식재산(IP)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개발한 업체의 권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LG전자 소송 사례는 좀 지나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먼저 소송 시점이다. LG전자가 블랙 라벨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소송을 제기하는 측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지지만 이전 삼성전자 사례와 비교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RIM은 삼성 ‘블랙잭’을 상대로 지난해 말 브랜드를 공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소송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블랙 라벨은 엄밀히 말해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LG는 이를 대외에 홍보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초콜릿 폰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알리는 이미지 차원에서 이를 사용해 왔다. 내부에서도 브랜드 대신에 ‘프리미엄 시리즈’로 불러왔다. 그만큼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다.

 마지막으로 판매 지역이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 나머지는 싱가포르·홍콩·호주·인도와 같은 아시아 지역이다. 반면에 LG전자의 프리미엄 휴대폰은 주로 유럽을 겨냥해 마케팅을 집중해 왔다. RIM이 주장처럼 소비자가 혼돈할 여지가 그렇게 높지 않다.

 블랙베리는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지명도 높은 스마트폰 브랜드다. 그러나 무조건 “블랙은 안 돼”라며 진행하는 무차별적인 소송 공세가 오히려 그동안 쌓은 RIM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강병준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