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복잡해지는 기업 전산 환경에 맞춰 자사 전산실을 통채로 맡겨 위탁 관리하는 ‘정보기술(IT) 토털 아웃소싱’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그룹사나 금융지주회사들이 IT 서비스 자회사를 통해 소프트웨어(SW)·애플리케이션 분야 등을 IT 토털 아웃소싱(ITO) 위탁하는 기존 사례와 달리 ‘인프라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지향하는 컴퓨팅 업체들에게 자사의 인프라 관리를 통째로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흥증권·제너럴모터스(GM)코리아 등이 ITO를 결정 또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들 기업의 ITO 결정은 태평양·고려해운·교보생명·대한항공·동화홀딩스 등에 이은 것으로 한동안 잠잠해진 ITO 시장을 다시 달구고 있다.
그동안 ITO 시장은 일부 은행과 대그룹들이 IT 자회사를 통해 개발·유지보수 등을 맡기는 게 전부였다. 특히 올 초 NHN이 한국IBM과의 10년 간 ITO 계약을 불과 2년 반 만에 내부 운영으로 철회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하지만 IT 인프라의 전문기업 관리를 제창해온 한국IBM·한국HP 등 컴퓨팅업체들이 단순 비용 절감에서 IT 인프라의 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화두로 들고 나오면서 기업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ITO 이슈 재점화=한국IBM은 올 초 NHN의 ITO 철회를 겪으며 기존 고객사들로까지 악영향이 번질까 노심초사했다. 줄곧 10∼15%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강조해 온 이 회사는 전략을 바꿔 외형적인 비용절감보다는 리스크 감소 등 실질적인 IT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현재 10여 개사의 ITO를 운영 중인데 최근에는 신흥증권을 수주, 영업 활동에 탄력이 붙었다.
한국HP는 노키아·에릭슨·골드만삭스 등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군들의 ITO를 거의 전담하고 있다. 전산실 운영과 인력, 자산,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토털 관리하고 있으며 유지·보수 차원의 선택적 아웃소싱에도 적극적이다. GM코리아와는 조만간 ITO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니시스는 대한항공의 해외 전 지사의 네트워크 장비나 데스크톱 PC, 서버 등을 유지·보수하는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적극 영업 중이다.
◇맞춤형 ITO가 ‘열쇠’=ITO는 그 기업의 전산 인력을 흡수하거나 아예 감원해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거세다. 금융권의 경우 노조가 계약직 전환이나 감원을 우려해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공공기관도 정부법에 묶여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오너의 힘이 지배적인 중견·중소기업들이 IT 인프라와 경영 효율성 개선을 노리고 ITO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ITO를 일종의 제품으로 보고 이를 통한 고객의 혁신을 돕겠다는 발상이 먹힌 결과로도 풀이된다. 한국IBM의 경우 해당 기업에 맞는 IT컨설팅을 우선 실시해 이 결과에 따라 전산실의 운영과 기술 지원을 조언하고 있다.
이경조 한국IBM 부사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IT 서비스야 말로 서비스 전문업체에 맡기는 게 비용 절감과 IT 환경 개선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망=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에서 볼때 ITO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금융권은 오히려 부분 ITO로의 전환도 일부 검토 중이다. 그러나 IT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비용 절감의 기대치는 다소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오히려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통해 도입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흥증권의 경우 “전산 환경을 하나의 제품으로 맞춤 제공받는 편이 비용 효율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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