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를 제거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한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한 달에 두세 차례 업무용 헬기를 탄다. 평택·구미·창원 등 지방에 있는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서울 인근에서도 급하게 이동해야 할 때 주로 헬기를 이용한다. 비싼 유가에도 불구하고 남 부회장이 헬기를 이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비행기를 타도 3∼4시간이 소요되는 창원사업장, KTX를 타도 3∼4시간이 소요되는 구미사업장을 헬기로는 각각 1시간 10분과 45분 만에 갔다올 수 있다. LG필립스LCD가 있는 파주는 5분이면 된다. 시간 낭비를 제거하기 위해 비싸지만 헬기를 택한 것이다.
지리적 이점도 있다. 여의도 LG 본사 옥상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마련돼 있다. 서울 중심가에 본사가 있는 삼성이나 현대그룹은 건물 옥상에 이착륙장을 설치할 수 없지만 여의도는 예외다.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도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전용 헬기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물론 헬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남 부회장만은 아니다. 구본무 LG 회장도 가끔 헬기를 이용하고 전임 CEO인 김쌍수 부회장도 헬기를 자주 이용했다. 그러나 남 부회장의 운행 이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특유의 경영 철학 때문이라는 게 LG 관계자의 설명이다. 1년도 채 안 돼 남 부회장의 헬기 운행거리는 지구를 반 바퀴 돌 정도인 2만㎞가 넘는다.
한 임원은 “CEO에 선임되자마자 스태프 조직의 40%를 사업부로 전진 배치시킨 ‘현장 최고주의 경영자’인만큼 사업장 방문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업무의 핵심적 가치에 연결되지 않은 시간은 모두 ‘낭비’라고 규정한만큼 CEO 역시 낭비 제거 활동을 펼치는 것”이라면서 “CEO의 시간은 곧 기업의 매출이라고 보면 매출호조세와 주가상승이 무관하지 않다”고 나름의 견해를 펼쳤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