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다폰 36개국 2억명, 스페인 텔레포니카 23개국 1억명, 프랑스 오렌지 24개국 1억명, 싱가포르 싱텔 1억3000만명.
세계 시장을 둘러싼 외국 통신기업의 영토 전쟁이 뜨겁다. KT·SK텔레콤 등 국내 기업이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동안 외국 통신기업들은 일찌감치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들 기업은 마치 신제국주의 경쟁이라도 벌이듯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내 기업에 ‘글로벌’은 새로운 성장 키워드가 됐다. 일부 지역에선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지만 이제서야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더구나 통신 산업의 특성상 국내에서도 그렇듯 글로벌 시장에서도 후발주자가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멀리 앞서나간 선발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짚어본다.
*보다폰(Vodafone)-지역별 차별화 전략
영국을 본거지로 한 유럽 최대의 이통사인 보다폰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지역별 차별화다. 크게 유럽과 비유럽(EMAPA, 동유럽·중동 및 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기타 관련지역 등)으로 나눠 글로벌 사업을 펼친다.
◇유럽시장 비용절감에 주력=성장률이 연간 1%로 둔화한 유럽지역에는 운영비용을 줄이고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내부적인 IT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운영 업무는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한다. 3∼5년 동안 25∼30%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네트워크 공급 및 관리 업무를 집중화해 2년 내 8%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방침이다. 데이터센터를 지역적으로 통합해 3∼5년 내에 이 부문에서도 25∼30%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음성과 데이터서비스의 사용량을 증대시키고 가입자 기반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선불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를 후불제 서비스로 적극 유도키로 했다. 패밀리 요금제와 같은 상품 가입을 늘리고 로밍서비스인 ‘보다폰 패스포트’ 프로모션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신흥시장은 성장 중심=비유럽 지역은 현지 법인을 설립해 강력한 수익성 및 성장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이나 지분 인수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지난해 이후 부쩍 늘어난 사례다.
지난해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다콤그룹의 지분을 15% 늘려 50%까지 확대했다. 5월에는 무려 세 나라 통신사업자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늘렸다. 터키 텔심과 체코 오스카모빌을 각각 45억달러·35억달러에 인수했으며 루마니아 모비폰의 나머지 지분 7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10월에는 인도 최대의 이통사인 바리에어텔에 15억달러를 투자해 10%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12월에는 이집트 자회사의 지분을 4.8% 늘려 54.9%까지 확보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숨가쁜 행보다.
최근에는 인도의 4위 이통사인 허치슨 에사르를 188억달러에 인수했다. 인구 11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다.
현지 기업과의 공동 운영도 활발하다. 지난해 텔레콤말레이시아베하드와 제휴해 말레이시아 셀콤, 인도네시아 XL, 스리랑카 다이알로그 등의 협력사업권을 획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타 지역은 파트너십 활용=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선 현지 이통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형태로 진출한다. 자사의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계약 조항에 따라 대부분 이중 브랜드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다. 이 시장에서의 목표는 지분 투자 없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고 새 시장에 보다폰 브랜드를 심어놓아 향후 직접 진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텔레포니카(Telefonica) - 거점 전략
80년 전통을 지닌 스페인 최대의 통신그룹인 텔레포니카의 해외사업 전략은 거점 확보를 통한 확장으로 모인다. 스페인 내수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이어나가고 남미를 제1거점으로 육성한데 이어 유럽을 제2거점으로 키워 나간다는 전략이다.
◇적극적인 M&A를 통한 거점 확보=1990년 칠레의 유무선 사업자인 엔텔을 인수하면서 시작한 이 회사의 해외진출은 2004년 미국 벨사우스의 남미 사업부 인수를 시발점으로 본격화됐다. 벨사우스를 거점으로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콜롬비아·에콰도르·엘 살바도르·과테말라·멕시코·니카라과·파나마·페루·푸에르토리코·우루과이·베네수엘라 등 남미 15개국을 평정한 것. 그 결과물이 남미지역 가입자 8330만명(2006년 말 기준)이다. 자국 내 가입자 2660만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다.
남미 지역에서 탄력을 받은 텔레포니카는 지난해 1월 영국의 O2를 250억7000만유로에 인수하고 슬로바키아 이통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유럽진출을 가속화했다. 특히 영국 O2를 통해서는 영국의 소형 사업자 ‘Be’를 인수, 브로드밴드 시장에 진출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영국·아일랜드·독일·체코·슬로바키아 등 유럽 5개국에서 352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성과를 올렸다.
이 회사의 M&A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이탈리아의 투자업체 4사와 공동으로 텔레콤이탈리아의 지분을 인수키로 하고 23억유로를 투자해 컨소시엄의 지분 42.3%를 확보한 것. 텔레콤이탈리아는 브라질에서 TIM 브라질을 운영 중인 기업으로 텔레포니카는 이 기업 인수를 통해 브라질과 유럽 이통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채무 상환과 기업 인수 병행=이 회사는 너무 잦은 기업 인수로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금융계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려의 시선을 받는다. 최근 10년간 인수합병에만 800억달러를 쏟아부은 결과 안고 있는 채무액이 520만유로에 달한다.
이에 텔레포니카는 채무 상환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초 체코 코루나 어음 매각으로 3억8000만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8월에는 일본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채무를 상환한다는 계획으로 일본 은행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의 한 애널리스트는 “텔레포니카가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면 회사채를 매입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금 증액을 위한 자산 매각도 병행했다. 지난 4월 영국의 경찰 및 구급 서비스인 에어웨이브를 매각해 38억달러를 만들었고 5월에는 네덜란드의 TV프로덕션 엔데몰의 지분 75%를 매각하고 26억3000만유로를 조달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4월 텔레콤이탈리아의 지분 18%를 인수하면서 총 41억유로를 지불한 데 이어 브라질의 비보(Vivo)에 대한 포르투갈 텔레콤 지분을 인수할 의사도 밝히는 등 M&A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한 M&A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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