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사실상 굳어졌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도 결렬된 사례가 많긴 하지만 SK텔레콤의 인수 의지나 여건을 놓고 보면 가능성 100%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와 시장의 관심은 인수 여부보다는 인수 가격이 얼마며 SK텔레콤이 하나로 카드를 어디에 쓸 것이냐로 벌써 옮겨지고 있다.
◇인수 가격은 얼마나=골드만삭스는 SK텔레콤이 제시한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증권가는 AIG-뉴브리지캐피탈이 주당 14000원을, SK텔레콤은 12000원을 적정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SK텔레콤은 1조968억∼1조2796억여원을 들이게 된다. 2000억원 가까운 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하나로텔레콤 실적보고 콘퍼런스 콜에서 제니스 리 부사장이 “가격은 큰 틀에서 합의됐다”고 한 발언을 감안하면 양측 의견은 거의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인수 협상의 변수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일정은=하나로텔레콤 실사가 우선 시작된다. SK텔레콤은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12월 초 조건부 계약을 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인가를 신청하면 정부는 두 달 내에 인가해야 한다. 일정상으론 정보통신부 인가 이후 주주총회까지 내년 2월 말께 인수가 완료될 것으로 관측됐다. 정권 교체기여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인가 조건’을 둘러싼 이견 조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장 쏠림현상을 놓고 KT 그룹이나 특히 SO 쪽의 우려로 전방위적 압박도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SK텔레콤이 일정을 더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이 그동안 협상을 안 했을 뿐이지 하나로의 투자가치를 면밀히 검토해왔다. 실사 작업이 확인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인수 전 참여를 선언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을 봐도 인수 작업이 속도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SKT, 하나로텔레콤 카드 어떻게 쓸까=SK텔레콤의 코퍼레이션센터(센터장 하성민 전무) 내 전략기획 부분이 하나로 인수를 담당한다. 내부에 ‘인수 전담반’조차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수 후 구조조정 방향이나 경영진 파견 등을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년 경영전략 수립과 인사, 조직개편을 앞둔 SK텔레콤으로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SK텔레콤에 하나로의 가치는 당장 두 가지다. 하나는 ‘하나TV’를 바탕으로 한 IPTV 시장 공략 그리고 또 하나는 휴대전화+집 전화+초고속인터넷 등 결합상품 전략이다. 두 가지 모두 KT를 중심으로 한 유선시장의 관심사였는데 SK텔레콤이 가세하면서 판이 바뀌게 됐다. SK텔레콤의 전략은 다가올 인사 조직 개편에 반영될 전망이다.
장영수 키움닷컴 애널리스트는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단순히 상품 전략만으로 국한되지 않겠지만 우선은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의 핵심 상품과 가입자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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