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성남벤처](8)현대텔링스, 키폰 기술력으로 홈 오토메이션 시장까지 진출한다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든 시장은 벤처기업이 쉽게 생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노텔과 같은 대기업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국내 키폰 시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현대텔링스가 그 주인공.

현대텔링스는 과거 현대전자 키폰시스템 및 교환시스템을 개발하던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2002년에 설립한 키폰시스템 전문 벤처회사다. 삼성전자와 LG노텔을 제외하면 국내 키폰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품을 직접 개발 제조한다.

현대텔링스가 대기업들의 아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키폰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틈새시장 전략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보다는 구형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것. 특히 현대텔링스의 키폰 시스템은 기존 아파트 댁내에 사용하던 키폰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리모델링 시장에서 만큼은 타 업체의 시스템보다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별도의 중계기 없이 기존 일반전화기 선을 연결해 간단히 키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키폰은 (구)현대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현재 이를 제품화 하고 있는 곳은 현대텔링스가 유일하다.

이처럼 남다른 기술력과 틈새마케팅으로 무장한 현대텔링스가 최근에 야무진 목표 하나를 잡았다. 아파트용 디지털 통합인터폰 시스템을 통해 2010년까지 100억원 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것. 지금의 키폰 시스템은 경비실과의 통화가 전부이지만, 앞으로 유선전화는 물론,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 보안 시스템 등도 통합인터폰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텔링스의 계획은 경남지역에 1만세대, 진주지역에 1천세대에 공급을 하면서 이미 그 첫발을 내딛은 상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대텔링스는 내년에 디지털 통합인터폰 시스템을의 본격런칭한다. 더불어 비디오폰, CCTV폰, 도청방지 디지털 키폰 등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도청방지 디지털 키폰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것으로 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텔링스는 이를 위해 2010년까지 키폰교환기 분야에 10억원, 아파트용 비디오폰과, CCTV폰 사업에 10억원 정도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GSM 무선키폰 업체인 아이디콤과 유무선 분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며 GSM 방식의 무선 키폰 제품군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3년뒤 스위치 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프트 스위치 기술을 이용한 IP 키폰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텔링스가 이렇듯 새로운 제품에 대해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이미 성숙기로 진입한 키폰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복안이다.

배응철 현대텔링스 대표는 “언제까지 성숙기 단계에 진입한 키폰 시장에서만 머물 수 없다”며 “키폰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홈 오토메이션 분야에서도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국내 키폰 시장에서 대기업과는 차별화된 제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입지를 다져온 현대텔링스가 홈 오토메이션 시장에서도 날개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배응철 대표 일문일답

Q. 최근 주요 성과와 향후 비전을 말씀해 주신다면?

A. 금년은 아파트용 디지털 통합 인터폰 시스템을 출시 홈 오토메이션 분야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키폰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며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되는 제품으로 키폰교환기 분야에 힘쓸 것입니다. 그리고 홈오토메이션 분야에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통신제품 전문 메이커로 성장해 갈 것입니다.

Q 키폰 시장에서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A. 제품과 시장의 차별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저희 제품은 대기업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기존 키폰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등은 대기업 제품과도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결국 우수한 가격대비 성능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희 제품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70여개의 자체 대리점을 확보 유통 및 A/S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차별화도 중요합니다. 대기업과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의 발굴은 필수입니다.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저희에겐 바로 그러한 틈새시장입니다.

Q. 해외시장 진출 계획이 있는지?

A. 내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여러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을 논할 때 일반적으로 중국, 인도, 동남아 시장을 말하지만, 저희는 조금 다릅니다. 아시아권 시장의 경우 중국의 저가공세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달리해 프리미엄 키폰으로 사업방향을 잡고 유럽시장 공략을 추진해 볼 계획입니다. 어쩌면 아이디콤과 협력방안을 모색하며 GSM 무선키폰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국내 IT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최근 업계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바로 “힘들다”입니다. 전반적으로 국내 시장이 악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중국의 공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유수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국내 제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시장도 언제까지나 저가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시장 역시 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2~3년 후엔 커다란 메리트를 주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힘들더라도 조금 참고 국내 제조업 성장에 동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