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우리나라 통신업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국내에서 개발된 와이브로(광대역 무선 인터넷기술)가 제3세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것이다. 우리나라 IT 산업의 실질적인 초석 역할을 한 TDX(전전자식 교환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된 지 불과 20여년 남짓한 기간에 이룩한 쾌거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다.
와이브로가 2004년 표준화 논의가 시작된 후로부터 제3세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기존의 제3세대 통신 표준인 WCDMA·CDMA 등이 정해진 후 10여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동통신을 사용하기 위해 퀄컴 등 외국기업에 많은 특허 로열티를 지급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에 우리나라 기업이 1995년 이후 지급한 로열티는 3조원을 넘었고 이것을 휴대폰 1대당으로 환산해보면 내수용 판매가의 5.25%, 수출용 판매가의 5.75%에 해당한다.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의 로열티 지급은 없겠지만 국제 표준에 관련된 원천 특허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보여준 좋은 사례다.
하지만 앞으로는 와이브로가 우리나라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2008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 스프린트넥스텔에 단말기와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국내 와이브로 관련 기업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일본·브라질·이탈리아·베네수엘라·크로아티아 등 세계 각국에 와이브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와이브로가 제3세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데 따른 효과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세대 통신의 국제 표준에 관한 논의에서 와이브로가 다시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와이브로가 제4세대의 국제 표준 경쟁에서 유리해진 몇 가지 이유와 같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이번 제3세대 국제 표준 채택의 의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제4세대에는 외국의 경쟁자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제3세대 표준 경쟁에서는 선두주자들이 이미 출발한 후에 와이브로가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4세대는 다르다. 이미 국내 와이브로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서 제4세대 표준을 선점하는 데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둘째, 제3세대의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축적했던 핵심 특허의 존재다. 국내 와이브로 관련 핵심 특허는 삼성·ETRI·SK·KT 등을 중심으로 200여건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와이브로 단말장비와 제4세대 표준의 핵심 기술이 될 이동성 및 음성지원에 관한 것으로 차세대 와이브로(와이브로 이볼루션)가 제4세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돼줄 것이다.
셋째, 정부기관과 기업 및 연구소의 협력 체제를 들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책임질 8대 성장 동력’의 최고주자로 와이브로를 꼽고 매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특허청에서도 와이브로 관련 기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차세대 휴대인터넷 특허연구회’를 창립해 관련업체 및 연구소와의 정기적인 세미나로써 후방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와이브로 관련 특허 분쟁에 대비해 휴대인터넷 특허를 분석한 ‘휴대인터넷 기술 및 특허 동향 분석집’을 발간, 기술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지원도 병행할 예정이다.
와이브로가 제3세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어느 정도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지금은 열매를 따는 것에만 열중할 때가 아니다. 제4세대 국제 표준이라는 더 큰 파이를 만들기 위해 특허청을 포함한 정부기관·대학·기업 및 연구소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아갈 때다. 와이브로의 제4세대 국제 표준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제대식 특허청 정보통신심사본부장 daeshik@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