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4부·끝)정책 패러다임 전환

 세계를 향한 ‘IT코리아 2.0 시대’가 열렸다. 김동수 정보통신부 차관이 지난 15일 무하마드 티디안 섹 세네갈 정보전산청장과 전자정부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협력약정(MOA)을 맺고 있다.
세계를 향한 ‘IT코리아 2.0 시대’가 열렸다. 김동수 정보통신부 차관이 지난 15일 무하마드 티디안 섹 세네갈 정보전산청장과 전자정부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협력약정(MOA)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 IT는 이미 세계의 교과서가 됐다. 가깝게는 아시아에서 멀게는 중남미와 아프리카로부터 한국의 IT 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하려 한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세네갈은 아예 우리 정부에 자국의 전자정부 기본계획(마스터플랜)을 짜달라고 맡길 정도다. 세계 모든 국가의 IT가 서울을 중심으로 회전(천동설)하려는 지금이 ‘IT코리아 세계화의 기치’를 올바르게 세울 때다.

 

 “정부가 언제까지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내고 다듬어 시장에 내놓을 것인가. 잘 살아보기 위해, 세계 선두로 나아가기 위해 기업·국민 모두 너무 오래 달려왔다. 모두가 지쳤고 이제 더 이상 코뚜레를 꿸 수도 없다.”

 IT산업계 관계자의 쓴소리다. 시장과 기업에 맡겨두고 정부는 뒤로 물러서라는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참여·개방·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IT코리아 2.0 시대’에 관한 고민이 싹텄으되 이를 풀어가는 방법은 ‘제3공화국의 과학기술 부국강병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스스로 매몰됐다”고 꼬집었다.

 국민은 이미 세계 네티즌과 한마당(웹)을 펼쳐놓고 함께 즐기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될 성 부른 기술을 찾아 연구개발비를 몰아줄 생각’에 머물렀다는 것. 이 때문에 ‘황우석 거짓 논문’과 같은 부정을 부르고 ‘노래하는 중소기업 연구전문요원(대중가수)’에게 병역특례를 주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만 27조3000억원을 연구개발(R&D)비로 쏟아부었다. 정부가 8조9000억원을, 민간이 20조6000억원을 각각 투입했는데 이는 세계 8위 규모다.

 그런데 정부 종자돈 9조여원만으로 미래 먹을거리, 차세대 성장동력이 확립될까. 업계 관계자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물론 아니다”며 “아니기 때문에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간 R&D 종자돈 21조여원이 있어 세계 8위 수준에 달하니 우리나라 기술·산업 경쟁력도 8위로 뛰어오를까.

 한 대학 교수는 이에 “한 곳(대형 연구프로젝트)에 집중했다가 실패하면 낭패를 부를 수 있다”며 “롱테일 경제학의 80 대 20 법칙처럼 정부 IT 정책에 역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는 “IT를 비롯한 과학기술이 일반 경제현상의 부차적 현상으로 치부되고 경제권력의 셋방살이를 하는 형태로는 실질적인 발전을 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독자적 정책 창구를 마련하고 국제협력을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청와대에서 직접 관장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라고 제안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패러다임 전환은 도리어 작은 곳에서 시작될 수 있다. 참여 정부가 지난 5년여 동안 펼쳐온 정보·과학·산업기술 정책의 총아인 ‘국가혁신체계(NIS)’ 안에서 꺼낼 새 틀이나 방향이 없을지, 새롭게 맞이할 5년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민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차기 정부에서 풀어낼 정보과학기술 정책의 실마리는 무엇이고 미래 대응책은 무엇인가.

 

 ◇김상배 서울대 교수(외교학)=“각 분야에서 성숙한 것을 클러스터로 ‘제대로’ 묶어야 합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제대로’는 “원래 있던 요소들(지식·기술·산업·인력 등)을 잘 묶어주는 것”이다. 그는 “그냥 놔두어도 스스로 조직화하니 잘 나누고 엮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혁신체계(NIS) 자체의 혁신동력이 필요한데도 몇 대 과제와 산업분야를 목표로 제시(타기팅)하거나 어느 지역을 콕 찍어 육성하겠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네트워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핀란드·스웨덴 등 이른바 ‘강소국’의 국부 모델을 고찰한 뒤 ‘그들이 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무엇인지’의 대답으로 NIS·지역혁신체계(RIS) 등을 제시했으나 너무 목표 지향적”이라며 “여러 ‘롱테일’을 엮는 네트워킹 역할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선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미래에는 정부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니 조세지원을 강화한다거나 기초·원천 기술개발을 이끄는 등 ‘동태적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김상선 사무총장은 “국가혁신체계(NIS)가 차기 정부로 이어지되 정체돼서는 안 된다”며 동태적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정부에 의지하던 데서 벗어나 스스로 개발하고 다국적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중장기 계획이 많지만 포장만 다를 뿐 모두 NIS와 맥이 같다”면서 “백화점처럼 NIS에 종합적으로 잘 담아놨으니 기존 폐쇄형 계획에서 벗어나 ‘개방형 네트워킹 형태’로 가야 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인-하우스) 연구개발이 어려우니 정부가 대학과 연구소의 기초·원천 기술개발을 독려해 좋은 성과를 중소기업에 넘겨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종록 KT 부사장=“융합(컨버전스)에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IT와 기존 산업 간 접목으로 ‘돌연변이’가 많이 나타날 것입니다.”

 윤종록 부사장(상임)은 “우리나라가 IT로 먼저 달려왔으니 (다른 산업과의) 접목에도 기회가 있고 향후 10년간 IT산업의 새 비즈니스 패러다임에 의한 블루오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부사장은 이를 위해 “생명공학기술(BT)을 하다가 IT로 넘어오거나 고분자를 전공하다가 반도체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큰 혜택을 주자”며 아예 병역혜택까지 제안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다층나노입자와 캡슐형 내시경을 이용한 조기 건강진단 솔루션을 IT에 접목하는 ‘유비쿼터스-헬스케어’와 같은 융합현상을 예측했다.

 윤 부사장은 특히 “세계 보안 IT 선도국가인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머트 총리가 과학기술·산업자원·재정경제·노동을 총괄하며 ‘차별적 기술’을 만들어 나라의 부를 축적한다”며 정책 틀 전환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경동근 버뮤다정보기술 회장=“객관적 시각에서 숲을 보는 마음으로 IT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경동근 회장은 대중소기업 상생 네트워크, 즉 “IT 산업 전체 흐름을 매끄럽게 하는 인프라 구축”을 정부의 역할로 규정했다.

 경 회장은 “큰 기업이 혼자서 고객을 응대하는 게 아니다”며 “큰 기업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재화나 부품을 공급하는 작은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인프라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시각을 넓혀 큰 기업 A·B·C·D 등에 연계된 중소 납품업체들 수천개를 보는 사람이 없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숲을 보며 진정한 대중소 상생 네트워크를 엮어낼 이가 정부”라고 못박았다.

 경 회장은 “정부가 전문가 관점에서 정책적·객관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IT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