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달러 역습의 상처를 치유하라.’
블루레이 진영의 삼성전자와 소니가 HD DVD 진영의 대표 주자인 도시바에 허를 찔렸다. 선전포고 없는 게릴라식 가격 인하 공세에 마케팅 전략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23일로 다가왔지만 예상 밖의 선제 공격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없어 빼앗긴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되찾을 방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를 찔린 블루레이 진영=당초 삼성전자와 소니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맞춰 블루레이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근 출시한 신제품들을 20% 정도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로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업체와 사전 조율하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도시바가 이달 초 월마트와 손을 잡고 HD DVD 플레이어를 1주일간 199달러에 한정 판매하는 선제 공격을 단행했다. 이에 월마트의 경쟁사인 베스트바이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같은 제품을 하루 동안 99달러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월마트는 다시 이 제품의 판매가를 99달러로 내려 총 9만대의 제품을 이 기간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이벤트에 동원된 도시바의 HD DVD 플레이어 ‘A2’는 작년에 출시된 재고품. 해상도도 SD급(1080i)으로 저조하지만 초저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차세대 DVD=저가 HD DVD’라는 인식을 심었다는 평가다.
◇399달러가 최선=문제는 차세대 DVD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도시바는 당초 시장을 공격적으로 전망하면서 올 한 해만도 150만대의 HD DVD를 판매할 것으로 보고 생산 물량을 늘려둔 상태다. 이 때문에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소니는 올해 차세대 DVD 시장 전체 규모를 150만대 정도로 보고 지난해 999달러였던 가격대를 올해는 499달러대까지 떨어뜨려 대중화의 순서를 밟겠다는 목표로 준비해왔다. 또 영화·게임 등 콘텐츠업계와 손을 잡고 공격적인 투자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확대 보급하는 데 힘을 쏟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서도 100달러 폭 이상의 가격 하락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의 99달러’는 잘못된 시장 예측의 부담을 업계 전체로 돌리는 격”이라며 “가격보다는 품질을 안정화하고 콘텐츠를 확대하는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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