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강국, 이제는 세계로](하)특허행정 서비스도 수출시대

 특허청은 지난 9월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아태지역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지재권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허청은 지난 9월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아태지역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지재권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미 간 특허심사 하이웨이 이용에 의한 처리기간 단축 이익

 #사례1=미국의 3M은 2006년 PCT 국제출원 76건에 이어 올 9월 현재 지난해보다 6배가 넘는 528건의 심사를 한국에 요청했다.

 #사례2=지난해 206건의 PCT 국제출원 심사를 요청했던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작년보다 2배가 넘는 469건의 심사를 한국에 의뢰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기업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특허청이 지난해 한국 특허청을 국제 조사기관으로 지정, 자국민이 외국에 특허를 출원하기 전 등록 가능성을 알아보는 PCT 국제출원의 심사를 한국 특허청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부터다.

 이는 곧 미국 특허청이 한국의 심사 수준을 자국과 동등하게 인정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은 미국과 유럽 특허청만 관할 국제 조사기관으로 지정, 출원인의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미국이 자국 내 기업의 PCT 국제출원 심사를 한국으로 확대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국 기업의 한국 심사 요청은 거의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글로벌기업의 국제출원 심사 요청이 증가한 데는 △다른 나라 특허청에 비해 빠른 심사 처리기간 △우수한 심사 품질을 들 수 있다.

 PCT 국제출원의 성격상 출원인은 가장 경쟁력을 갖춘 국제기관을 선택해 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IT분야 국제 조사 심사 품질 ‘우수’=MS·3M·인텔 등 전자·IT업체의 심사 의뢰 신청 건수 증가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정보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IT분야 국제 조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MS의 심사 요청으로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이 독점하던 특허심사 시장에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처럼 우리 특허청이 국제적으로 심사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받게 된 데는 우수한 심사 인력과 방대한 양의 특허정보 DB 구축이 한몫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 조사 수수료가 심사 풀질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 특허청에 비해 각각 4분의 1, 9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것도 큰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서 가장 빠른 심사 기간=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9.8개월의 심사 기간을 달성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출원하게 되면 자신이 개발한 제품의 권리를 가장 빨리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기업조차도 자국이 아닌 한국을 더 선호하는 양상이다.

 우리 특허청은 출원 의뢰 시 국제 조사보고서를 대부분 16개월 이내에 작성, 출원인에게 송부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 조사기관이 심사 적체로 제때 조사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 특허청은 심사 기간 단축으로 적기에 조사 결과를 제공, 국가의 벽을 뛰어넘어 심사를 요청하는 타국 기업의 요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위상 제고 기여=이처럼 해외 글로벌기업이 우리나라를 국제 조사기관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우리 특허청의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허청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 조사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관할 국제 조사기관 지정 확대 등으로 국제 조사기관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면 행정 서비스인 특허 심사도 유망한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며 “현재의 심사 품질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높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허심사 하이웨이로 미·일 심사 편리

 우리나라가 세계 지식재산 강국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국내 출원인에게도 실제로 득이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려는 출원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부터 ‘한·미 특허 심사 하이웨이’ 시행으로 미국 출원이 더욱 편리해지고 심사 결과도 더 신속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특허출원 심사 처리기간은 22.6개월(한국 9개월)로 이 제도 시행 이후 특허 심사 하이웨이를 이용해 우리 출원인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조기 심사를 신청하면 미국 현지에서 심사받는 것보다 13.6개월 더 빨리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역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우선심사를 신청하는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전면 시행한 한·일 특허 심사 하이웨이도 두 나라에서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10월 말 현재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15건, 일본에서 한국으로 40건의 조기 심사 신청 건수가 접수됐다. 일본 출원인의 한국 심사 신청 건수가 많은 것은 일반 출원 시 평균 심사 기간이 26개월 걸리는 일본보다 한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번 일본과 미국 간 제도 시행을 계기로 유럽 등 다른 주요 특허청에서도 심사 적체 물량 해소 및 심사 처리기간 단축을 위해 우리나라와의 특허 심사 하이웨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지역에 특허행정 전수 

특허청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요청에 따라 정보화·중소기업 지원·특허협력조약(PCT)·인재 개발 등 7개 우선 협력분야를 선정, 개발도상국가에 우리 특허행정을 전파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코리아 트러스트 펀드(Korea Trust Fund·한국신탁기금)’를 활용한 개도국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19억원을 WIPO에 신탁기금으로 출연한 특허청은 이로써 전 세계 41개 개도국을 대상으로 국제특허 전자출원시스템 개발 및 보급·특허 정보 활용 노하우·교육 및 인력양성 지원 등 다양한 지재권 관련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지난 3차 연도까지의 사업 성과도 값지다.

 1차 연도 사업 기간(2004년 7월∼2005년 6월) 동안 33개국을 대상으로 정보화 컨설팅·PCT 전자출원시스템 개발 및 보급·특허정보 검색서비스 지원·중소기업 지재권 역량 강화 등의 사업을 실시, 개도국의 지재권 기반 구축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차 연도 사업 기간(2005년 7월∼2006년 6월)에는 PCT 온오프라인 훈련·특허관리 컨설팅·중소기업 지재권 관리 능력 제고·최빈 개도국 지재권 정보센터 설립 등 7개 세부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3차 연도 사업 기간(2006년 7월∼2007년 6월)에는 그간 전 세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특허정보 이용·지재권 자산운용·기술 이전·특허 분쟁 중재 등을 주제로 세미나 및 워크숍을 개최한 데 이어 특허맵 개발 등으로 개도국의 지재권 인식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현재도 전 세계 개도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지재권 모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기금이 WIPO 기금 중 유일하게 전 세계 최빈 개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카밀 이드리스 WIPO 사무총장은 한국 특허청을 직접 방문, 특허청 산하 국제지식재산연수원(IIPTI)을 세계 최초로 WIPO 공식 연수기관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역량뿐만 아니라 그간 특허청이 꾸준히 추진해온 개도국 지원사업에 대해 국제 사회가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특허청은 지난 3년간의 사업에 대한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4차 연도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2배 확대한 6억원으로 책정, 개도국에 대한 특허행정 전수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 사업 확대로 개도국의 수요에 조금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각국 수요를 면밀히 분석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 중심의 사업을 추진해 지식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