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유관기관과 전자신문 등 언론사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IT정책포럼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21일 전경련 회관에서 IT업계 관계자의 뜨거운 열기 속에 열렸다. 전날 이명박 대선후보 초청에 이어 이뤄진 정동영 대선후보 초청 포럼에서 정 후보는 5대 IT공약과 15대 IT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이들 IT공약은 그동안 국내 IT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됐던 쟁점을 압축해 정리한 것으로 정 후보는 그간 축적한 의정경험과 IT산업에 관한 견해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IT업계 관계자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글로벌 SW산업 육성·u시티의 건설·정보격차의 해소·콘텐츠 산업의 육성·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비한 제도의 선진화 등 정 후보의 IT공약은 상당 부분 이명박 후보와 겹치는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과제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간에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이론은 없으리라고 본다.
정 후보는 이날 남북 IT교류의 활성화와 IT공적개발원조(ODA) 확대를 통한 국제적인 리더십 강화를 특별히 강조했다. 남북 IT교류의 활성화나 국제사회에서 IT리더십 강화는 차기 정부에서도 의욕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가 북한 해주경제특구를 IT특구형태로 개발하고 북한지역에 통신 등 IT인프라를 제공해 남북협력의 분위기를 고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참여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퍼주기식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남북경제협력의 기조는 계속 유지되는 게 맞다. 다만 남북한 IT교류 확대 등에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투명성을 확보하는게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ODA를 통한 국제리더십 강화도 타당한 문제제기다. 캄보디아 개발원조가 한국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도 이제는 국민경제 수준에 걸맞은 개도국 지원체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정 후보가 밝힌 중견기업육성법 제정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볼 사안이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성장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국내 산업의 고질병을 빨리 개선하는 치유책이 빨리 나와줘야 한다. 현재 1200여개 수준에 불과한 중견기업 수를 2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정 후보의 견해를 듣고 싶다.
정 후보의 장밋빛 공약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실천력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 중견기업을 2000여개로 늘리고 2015년까지 세계 톱 10에 들어가는 패키지 SW기업이나 IT서비스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보통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정 후보가 제시한 IT공약이나 정책과제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참여정부나 업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이 많다. 따라서 IT공약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향한 보다 진지한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정 후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평등 관계의 개선·IT업계의 내부자 발주관행 개선·미디어 빅뱅의 추진·관련 정부조직의 개편·SW분리발주의 의무화 등 민감한 부분도 언급했다. 후보자의 공약이 정책으로 진전되기 위해선 여러 단계의 의견 수렴과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같은 내용에 좀 더 공론화 과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