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일이다. SK텔레콤 고위 임원에게 LG텔레콤에 대한 800㎒ 로밍 허용 가능성을 묻자 “검토중이지만 LGT가 편법 마케팅에 악용할까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이 회사는 21일 LG텔레콤 대리점 12곳을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했다. SK텔레콤 대리점인양 CI를 무단 사용했고 800㎒ 로밍을 이미 허용한듯한 내용으로 영업을 했다는 이유다. LG텔레콤은 지난 9월 시정요청을 받고 즉각 전 영업현장에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했는데 고소는 심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올 초부터 CEO선에서 실무선까지 끊임없이 제기한 문제가 시정이 안 돼 부득이하게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속사정은 800㎒ 로밍을 둘러싼 기싸움이다. 고소를 통해 SK텔레콤은 LG텔레콤 일선 대리점의 편법 마케팅 우려가 800㎒ 로밍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주장을 거듭 밝혔다. ‘CI 관리 강화’라는 우아한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 “계속 마케팅 문제를 일으키니 800㎒ 로밍을 할 수 없다”는 엄포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LG텔레콤은 지금이라도 일선 대리점 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식하고 대대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면 된다. ‘수많은 대리점을 완벽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변명은 자칫 SK텔레콤이 800㎒ 로밍을 거부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도 고소로 본때를 보여줬으니 이제는 로밍 허용을 적극 검토해볼만 하다. 끈질기게 따라온 ‘주파수 독점’이라는 꼬리를 끊어버릴 기회다. 편법 마케팅 우려는 계약서에 ‘문제 발생시 손해배상’에 대한 부분을 명시해 해결할 수 있다.
SKT로선 투자도 없이 가입자만 빼앗으려는 LGT의 로밍 요청이 달가울 리 없다. 또 그럴 의무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못하겠다고 밝히는 게 옳지 않을까.
LG텔레콤도 800㎒ 로밍이 절실하다면 SK텔레콤의 이 같은 입장을 이해하고 우려를 확실히 씻어내야 한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