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내년 4월 서비스 연 단위로 전환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내년 4월 네트워크 장비 유지보수와 업그레이스 서비스 비용을 연 단위로 부과한다. 통신사업자는 유지보수 대가를 올리려는 의도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으며 시스코 협력사(파트너)는 대가 인상분이 떠넘겨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사장 손영진)는 서비스 지원 프로그램인 ‘SIS98’을 내년 4월로 모두 종료하며 이후 모든 서비스를 연간 계약 기반 지원프로그램인 ‘CSSP’에 근거해 제공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SIS98은 이른바 평생보장(라이프타임 워런티)을 모토로 시스코가 내놓은 서비스지원 프로그램으로 장비 구입 시 서비스 비용을 한 번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CSSP는 연간 계약이 기본이며 고객사는 매년 서비스 요금을 내야 한다. 시스코는 지난 2005년 4월부터 국내에서 SIS98과 CSSP를 병행해 왔다.

 시스코 관계자는 “서비스 비용 개념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시스코 프로그램이 고객의 서비스 관련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장비 공급 이윤이 하락한데다 네트워크 장비 기능이 늘어난 데 따른 서비스 비용 증가로 정책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스코 측은 국내 통신사업자의 서비스 비용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시스코의 세계 매출 가운데 서비스 비중은 20%를 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의 이 같은 영업정책의 전환은 서비스 대가를 정당하게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서비스를 장비 구입 시 당연히 따라오는 ‘번들’로 보는 통신사업자의 인식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시스코가 최근 이런 계획을 밝히자 주요 통신사업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 ISP 관계자는 “처음 연 단위 계약 얘기를 들었을 때 일부 고객은 장비 공급 업체를 바꾸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며 “계약 변동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올리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는 특히 네트워크 강자인 시스코의 요구를 수용하면 다른 장비업체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통신사업자와 시스코의 마찰은 엉뚱하게 시스코 협력사(파트너)에 전가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제품을 직접 공급해야 하는 협력사는 기존 관행을 연 단위 계약으로 바꿔달라고 고객에게 강력하게 요청할 수 없는 위치기 때문이다.

 한 시스코 골드파트너인 A사 임원은 “내년 4월 이후까지 SIS98에 기반해 서비스 계약을 한 고객은 늘어난 서비스 비용을 파트너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드파트너 B사 관계자도 “고객에게 달라지는 서비스 개념을 인식시키는 게 가장 힘든 일”며 “고객 반응이 어떨지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