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쉬운 방법으로, 가기 쉬운 길을 고집하지 않았다. 가고자 하는 길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우회하지 않고 뚫고 지나가기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 4월 인텔이 주최한 전 세계 PC메이커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PC 디자인 공모전에서 국내 기업이 대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삼보컴퓨터.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내며 열정과 기술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지난 1980년 대한민국 최초 벤처기업이자 최초 컴퓨터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삼보의 역사는 한국 PC산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보는 국내 최초 퍼스널 컴퓨터 SE-800부터 뚝딱Q, 체인지업 시리즈, 루온 시리즈, 에버라텍 노트북PC에 이르기까지 지난 27년간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국내 PC 시장을 견인해왔다. 지난 2005년 법정관리로 인해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셀런과의 M&A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객 없이는 기업도 없다=최근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영민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서비스가 최고의 경쟁력임을 거듭 강조했다. 삼보는 최고의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 4월 전담 서비스센터인 ‘TG삼보서비스’를 설립했다. TG삼보서비스는 출범하자마자 혁신을 단행했다.
우선 고객 접점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현장 엔지니어의 친절 교육을 강화하고 상벌 체계를 엄격히 적용, 자체 고객만족지수에 미달하는 직원은 친절 교육원에 입소토록 하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고객의 목소리를 서비스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 CEO 핫라인을 개설,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고객 요청이 박한수 TG삼보서비스 사장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했다. 특히 일주일에 이틀은 CEO가 직접 지역 콜센터와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현장 업무 개선에 힘쓰고 있다.
◇성능·디자인 ‘두 토끼 사냥’=올해 들어 삼보는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잇달아 대상을 수상하며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해 보였다. 제품 라인업은 크게 루온 시리즈, 드림시스 시리즈, 에버라텍 시리즈로 나뉜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4.4㎝ 두께의 슈퍼 슬림PC 리틀루온을 선보인 삼보는 내년 초 컨버전스화된 루온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대부분의 메이저 PC 제조사가 중국 생산체제로 전환했지만 삼보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위해 국내에서 전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국내 생산을 통해 소비자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엄격한 품질·전수 검사를 통해 초기 불량을 40% 이상 낮췄다. 또한 고광택 블랙 컬러와 무광택 물결무늬, 페이즐리 패턴을 적용한 콤팩트 노트북PC를 출시하면서 국내 노트북PC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내년부터는 라인업을 대거 확충, 다양한 LCD 크기의 에버라텍 시리즈 출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모니터 및 프린터 시장에서는 대화면 와이드 LCD 모니터 라인업을 중심으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며 무선 잉크젯 프린터, 무선 복합기, 보급형 컬러 레이저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셀런과의 M&A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IPTV와 PC를 결합한 신개념 제품을 출시, 콘텐츠 기반 디지털 디바이스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전방위 공략=삼보는 PC 시장 최대 성수기인 연말과 내년 신학기를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양동근을 모델로 기용, 서브 노트북PC 판매 신기록을 거둔 삼보는 신규 TV CF를 제작해 다음달부터 방영하는 한편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판촉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0월 명동에서 에버라텍 노트북PC 패션쇼를 개최한 삼보는 고객 체험 행사를 확대하고 온라인 이벤트, 포털과의 연계를 통한 블로그 활동 등으로 온오프라인 마케팅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셀런과의 공조를 위해 IPTV 솔루션 기반 제품군, 내비게이션 등 대리점 판매 아이템을 다양화해 통합 멀티미디어 전문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올해 20%대 신유통 채널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 미래 지향적 유통 구조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삼보는 현재 20%에 달하는 행정전산망 시장 점유율을 내년에는 2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노트북PC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관공서·학교 등 공공부문 고객에 맞는 시스템 사전진단 서비스, 전담 AS TFT를 통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공익캠페인으로 기업 이미지 쇄신=삼보는 인텔, 엔씨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지구 온난화 방지 캠페인, 게임문화 레벨업 캠페인 등 PC 전문업체의 위상에 걸맞은 각종 공익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또 친환경 부품 채택,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쾌적한 PC 개발, 엄격한 전자파(EMI) 테스트를 거친 제품 출시로 웰빙 시대에 걸맞은 첨단 PC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딕슨스사에 리틀루온 1만대를 수출한 삼보는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 메이저 PC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남미·인도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김영민 부회장은 “중국 PC업체들의 저가 제품에 맞서 디자인과 성능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PC를 곧 선보일 계획”이라며 “삼보의 강점인 PC와 셀런의 IPTV 서비스 결합 상품으로 제2의 벤처신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
<인터뷰> 김영민 부회장
―앞으로 삼보컴퓨터의 사업방향은.
▲향후 2∼3년 이내에 셋톱박스와 PC 시장이 통합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삼보는 하드웨어만 팔았는데 앞으로는 서비스가 접목된 PC를 만들 것이며 삼성전자·LG전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서비스형 플랫폼이 탑재된 PC를 생산할 계획이다. 예를 들자면 셋톱박스가 내장된 PC가 거실의 멀티미디어 디지털기기를 대체할 수 있는 컨버전스 PC를 준비 중이다.
―내년 경영 전략에서 중점을 둔 것이 있다면.
▲급성장한 조직과 사업규모를 감안한다면 기존 사업 모델과 경영방침으로는 생존과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핵심가치 선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금은 국내 PC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15%대 이상을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모델의 P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올해 말까지 광고·홍보를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0만원대 프리미엄 PC를 출시하고 100만원 이하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선보여 고객 눈높이를 맞춘 타깃마케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 재상장 추진은.
▲삼보컴퓨터는 올해 상반기에 15억원 정도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셀런의 자본투입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올해 수십억원의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 내년쯤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삼보는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향후 2년 내에 재상장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상장 이후 지분평가이익 실현을 통한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
▲삼보는 무엇보다 재고·품질관리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지금은 생산과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M&A 완료 후 구조조정이 진행되지만 현재 삼보는 충분한 생산라인과 기술력이 있어도 전문인력이 크게 모자란다. 에버라텍 노트북PC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제품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인력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며 기술 투자도 더욱 늘릴 예정이다. 또 삼보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수출 노하우와 유통망을 셀런의 B2B형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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