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여러 후보가 여성이나 여성기업에 많은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정부가 노력한 끝에 여성과 여성기업이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이전보다 많은 지원이 이뤄졌다. 나는 새 정부가 설립됐을 때 중점을 둬야 할 여성기업 지원정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 2006년 말 벤처기업 1만2000여개 중 여성벤처기업은 500여개였다. 2006년 말 매출기준 ‘1000억 벤처클럽’은 전체벤처의 1%에 가까운 102개 기업이었다. 이는 벤처인으로서는 힘이 되고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1000억 벤처클럽 중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여성벤처를 두고 부드러운 경영과 기술의 강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1000억 벤처클럽 중 여성벤처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여성벤처인의 경영 능력 향상과 더불어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체의 4%에 달하는 여성벤처기업이 지금까지 여성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결과가 나와야 한다. 1%의 1000억 벤처클럽이 보여주듯 여성벤처기업의 1% 즉 최소한 5개 이상의 1000억 매출 여성벤처기업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여성벤처기업 육성 발전 지원 모델이 경영정보 지원 및 인적 네트워크 구축·기술 연구개발 지원 같은 기업의 안정화에 힘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모델 여성벤처기업, 스타 여성벤처기업 탄생을 위한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것이 기술력 있고 유망한 여성벤처기업과 벤처를 준비하는 여성 인력의 미래를 보여주는 지침이 될 것이고 여성벤처가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되는 미래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여성기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독일은 평등담당관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양성 간 평등을 감시·지원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여성기업 및 여성근로자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여성기업 구매할당제 및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원은 미미하다. 또 발주처가 되는 공공기관·지자체 및 공사에는 여성관리자가 전혀 없는 곳도 있다. 인력자원 부족·양성 평등 실현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지원정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여성 인력의 산아·육아·보육 지원정책이다. 여성 파워·알파걸 등은 현대 여성의 사회적 능력을 보여주는 단어다. 여성의 성공사례는 남성과 여성의 능력 평등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우수 여성인력이 산아·육아·보육의 문턱에서 능력이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이 육아 기피 또는 사회 활동 포기를 강요받는 사회라면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데 문제가 있다. 많은 여성 인력은 양육비·육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적절한 정부의 정책 개입이 없으면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완전히 뒤바뀔 전망이다. 출산과 육아가 개인과 가정을 넘어 사회·국가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출산 기피에 따른 저출산 충격은 저성장의 덫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모든 불균형을 정책적으로 해소하고 이제는 전문성을 가진 여성벤처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차 확대하면서 여성벤처인이 갖는 우월적 특성과 사회적 지원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연계시키고 다수의 1000억원 매출 기업을 출현시켜 여성벤처기업 창업 촉진과 사회적·경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더 나아가 여성벤처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해본다.
◆배희숙/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나루티앤티 대표이사 h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