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지역특화기술의 중심 `동남권`]동남권이 뜬다

 기술개발과 그 수준이 기업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해마다 기술강국을 부르짖으며 기업과 대학이 앞장서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면서 수많은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 이후의 사업화로 가는 기술거래와 기술이전은 여전히 소수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 기술거래 및 이전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테크노파크, 기술혁신센터 등을 지역기술이전센터(RTTC:Regional Technology Transfer Center)로 육성·발전시켜 지역 기술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술이전 생태계를 조성하려 했다.

 RTTC는 전국 8개 테크노파크와 바이오기술 분야의 특성을 반영해 총 9개가 운영 중이지만 지난 3년간 각 RTTC의 기술이전 실적은 미미하다.

 특히 지역 기반 기업은 중소 규모의 업체가 대부분이다. 기술개발과 시장정보 수집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상대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약하다. 때문에 기술 홍보 및 이전도 한계가 있다.

 기술개발 및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학과 지역혁신기관뿐 아니라 관심이 높은 지방자치단체, 관련 중앙정부 부처와 원활한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런 점에서 부산과 경남, 울산, 대구, 경북을 포함한 인구 1300만명의 동남권은 경제와 산업은 물론이고 기술개발에서도 편중된 수도권에 대응해 지역불균형을 다소마나 해소할 수 있는 최대 지방권역이다.

 한국전기연구원, 포스텍, 재료연구소 등 기술 기반의 굵직한 연구기관과 50여개의 종합대학에 수백개의 부설 연구소 및 연구센터가 포진해 있다. 기술 개발 역량은 충분하다.

 부산의 경우 항만물류 등 4대 전략산업을 앞세워 항만물류와 IT를 접목한 차세대 물류IT 개발에 앞장서고 삼성 등 대기업 현지 생산공장을 배경으로 첨단 전자부품과 소재 개발에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산학연관을 중심으로 모바일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 섬유 등 전통주력산업분야에 임베디드 HW 및 SW 기술을 접목,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의 중심인 구미 IT산업단지와 자동차부품산업의 메카인 대구와, 경북 경산경주 등에는 관련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설립돼 기업과의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인 지능형자동차의 경우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등 지역 유일의 출연연을 주축한 기업지원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술개발 및 기술이전이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남은 국내 최대 산업집적지인 창원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계와 로봇, 지능형홈산업 관련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울산은 과거 대기업에 가려진 중소기업의 숨은 기술력이 최근 생산자동화 기술과 관련 소프트웨어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또한 기술 개발에 있어 동남권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기술이 나오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는 곧바로 지역 특화기술로 연결되며 차별화된 기술과 경쟁력을 갖게 만든다. 현재 기술 거래 수치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소개될 주목받는 기술이 다수 등장하는 배경이다.

 정재훈·임동식기자@전자신문, jhoon@

◆기고-한이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1995년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자체마다 지역별 특성을 기반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주민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을 창출할 뿐만아니라 지방자치의 중요한 수단인 지방재정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모든 지자체의 최우선적 관심사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2005년 기준 사업체수 300만개로 전체 사업체수의 99.8%에 이르고, 고용은 1077만명으로 전체 고용의 88.1%, 생산 49.5%, 수출 32.3%를 각각 담당하고 있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며 향후 국민경제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 중소기업은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을 지속함에 따라 생산성 향상에 한계를 보였고 차별화된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저가 중심의 과당경쟁으로 몰려 수익성이 악화 추세에 있다. 최근에는 대외여건 악화,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 취약, 기술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자금, 기술, 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화가 여전한 상황에서 지역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지역중소기업이 이 같은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 효율성과 유연성이라는 중소기업 본연의 장점을 확보·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생산성과 고수익을 창출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체계적인 R&D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미래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경제 다극화와 국제무역 개방화, 국제투자의 확대 등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그 발굴 및 육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의 혁신역량 제고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지원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역의 취약한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핵심 주력사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지방의 부족한 기술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별 특성화 분야를 대상으로 R&D클러스터구축·기술개발 활동·연구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지방기술혁신사업’, 지역별 특화된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해 자립형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지역혁신특성화사업(RIS)’, 지역기술혁신 촉진을 위해 연구개발·창업보육·시험생산·기업지원서비스 기능을 집적화한 거점단지(Hub)를 조성하고 지역혁신주체간 연계·조정 등 거점기능 수행하는 ‘테크노파크(TP)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지원사업은 한정된 국가재정을 감안할 때 지원대상 기업의 기술혁신역량에 따른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해야만 그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와관련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9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술평가제도를 정착·발전시켜 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에 앞장서고 있다. 또 정부의 중소기업 R&D과제에 대한 사업성 및 경제성 분석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역경제는 지방자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동력을 제공하고 지역중소기업은 이러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핵심주체다. 지역중소기업의 기술혁신역량 강화는 곧바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다.

한이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hani@kibo.or.kr